[연합시론] 은행은 '이자장사' 취약층은 '대출한파'…적극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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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은행은 '이자장사' 취약층은 '대출한파'…적극대응 필요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1.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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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지난 6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080∼8.110% 수준이다.
[그래픽] 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
지난 6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080∼8.110% 수준이다.

고금리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큰 돈을 벌고 있는 은행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코로나 사태 속에 서민과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 운영자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은행들만 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작년 상위 8개 은행의 이자 이익이 전년도보다 8조 이상 많은 53조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의 성과급 인상이 잇따르고, 호황일 때 좋은 조건을 받고 떠나자는 은행권 희망퇴직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처음으로 각사 모두 1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은행들의 이익 증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잇단 인상에 따라 이뤄진 대출금리 상승이 큰 요인이다. 게다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이 더 컸고, 이는 은행의 더 큰 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증한 대출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은행권은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를 은행권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리면서 서민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약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3.00%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여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2월이나 4월에 추가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2년 전 초저금리 환경에서 대출한 '영끌족'들의 이자나 원리금 부담이 처음의 두 배를 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웠을 때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겨우 그 시기를 넘겼던 은행들은 이제 자신들 이익만이 아니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여러 상품을 내놓으며 최소한의 공적 역할을 다해야 할 시기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 취약층이다. 기준금리 잇단 인상으로 2금융권이나 대부업권의 대출 중단 흐름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금융권 업체 10여 곳이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을 막아둔 상태이고, 일부 업체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신청마저 받지 않고 있다. 역마진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계 역시 조달금리 급등으로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신규대출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급전 통로가 막힌 취약층이나 서민들은 연간 수십∼수백%의 폭리를 취하는 무등록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불법사금융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증가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연체 이력을 따지지 않고 50만∼100만원 수준의 긴급 생계비를 즉시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의 3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고금리 상황에서 발생한 서민 어려움을 긴급히 해소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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