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경제한파 속 설 맞은 정치권, 민심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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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경제한파 속 설 맞은 정치권, 민심을 들어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1.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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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떠나는 귀성길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객 및 시민들이 열차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1.20 (사진=연합뉴스)
미리 떠나는 귀성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객 및 시민들이 열차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1.20 (사진=연합뉴스)

혹독한 경제 한파 속에서 설 연휴를 맞았다. 2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보다 더하다는 경제난에 서민과 기업들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설 차례상 비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명절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은 울상이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의 발걸음도 가벼울 리가 없다. 정부가 이런저런 설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후유증이 그만큼 막심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최대 피해자라 할 자영업자와 온갖 빚을 내 집을 장만한 젊은 영끌족은 고(高)금리에 짓눌려 비명을 지를 정도다.

설을 앞둔 나라의 현실이 엄혹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여야 정치권은 힘을 모으기는커녕 당리당략과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넘도록 여야 영수회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고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집권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을 좇는 퇴행적 공방으로 정치 혐오만 더하고 있다. 의회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중되면서 내부 파열음이 커질 조짐을 보인다.

설 차례상은 민심의 용광로다. 가족들이 모처럼 고향의 차례상 앞에 앉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이번 설 연휴에는 여느 해 못지않게 다양한 이슈가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중 설 민심을 가장 뜨겁게 달굴 화두는 정치 현안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자질을 놓고 나름 평가를 내놓고, 간발의 차로 대선에서 패한 이 대표 등 야당에 대한 성적도 매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둔 20일 정쟁을 자제하고 앞다퉈 민생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큰 불이 발생한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며 지원을 약속했고, 이재명 대표는 "민생 경제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민생을 보듬는 여야의 이런 모습이 일회성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지역구 내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를 돌 정치인들은 겸허한 자세로 바닥 민심을 살펴보고 국정에 반영해주길 기대한다. 정치권이 이번 설 연휴를 자성과 변화를 모색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한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혼자 사는 전국 1인 가구 수가 970만 가구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체 가구의 41%로, 10년 전인 2012년(33.3%)에 비해 크게 늘어도 너무 늘었다. 비혼과 저출산, 도시화와 맞물려 핵가족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우리 고유의 혈연 공동체 의식이 흐려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가족을 하나로 묶는 명절의 의미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차례상 앞에서 오붓하게 정을 나누면서 나라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의견도 교환하는 뜻깊은 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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