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의 종말"…개고기 대체한 염소 가격 반년새 73%↑
상태바
"보신탕의 종말"…개고기 대체한 염소 가격 반년새 73%↑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04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염소탕, 유력 보양식으로 부상
염소탕
염소탕

염소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개를 식용으로 쓰는 '보신탕'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맛과 조리법이 비슷한 염소탕이 유력한 대체제로 떠오르면서다.

4일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산지 흑염소 시세는 암염소 ㎏당 1만9천원으로 지난해 7월 1만1천원보다 73% 올랐다.

생후 3개월 된 암염소를 뜻하는 '젓띄기'는 같은 기간 kg당 1만3천원에서 3만원으로 배 넘게 뛰었다.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개 식용 문제는 2021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지시하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호응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이 늘어난 점도 보신탕 문화가 저무는 데 일조했다.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11월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89%는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염소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박정희(66)씨와 손종심(65)씨는 "개 사육·도축장의 비위생적인 장면, 개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 등이 떠올라 6년 전부터 보신탕을 끊었다"며 "대신 맛이 비슷한 염소탕을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 이 식당을 운영해온 A씨는 "실제로 손님들이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먹으러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흔한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어르신을 대접하기 위해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염소 메뉴를 추가한 한 보양탕 집
염소 메뉴를 추가한 한 보양탕 집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신탕으로 이름난 식당이 메뉴에 염소탕을 추가하거나 아예 '염소탕 전문'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사례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38년째 보신탕을 파는 B 식당의 메뉴판에는 4년 전부터 염소탕이 추가됐다.

사장 이수영(50)씨는 "염소탕 매출이 점점 오르고 있어 염소 고기 메뉴를 더 개발할 생각"이라며 "국내산 암컷 생고기 기준 가격이 4년 전 1㎏당 2만원 초반에서 4만원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50년 가까이 보신탕을 팔아온 C 식당 권정례(81)씨는 2년 전 염소탕으로 완전히 업종을 바꿨다.

보신탕을 찾는 손님도 줄고, 거래하던 개고기 도축장이 무허가로 판명돼 정부 정책상 폐업하면서 업종을 변경했다고 권씨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반면 보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 염소탕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옛날에는 고기가 부족해 개를 가축으로 사육해 먹었지만 지금 개는 완전히 반려동물의 지위가 됐다"며 "보신탕의 종말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몸보신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며 "최근 TV 등에서 흑염소 진액 광고가 이어지는 등 흑염소의 건강상 효능이 알려지면서 흑염소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