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방탄' 논란 속 장외투쟁 강행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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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방탄' 논란 속 장외투쟁 강행한 민주당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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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2.4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2.4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이 주말인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장외 투쟁'을 벌인 것은 2016년 말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 이후 6년여만이다. 지도부가 조직 동원령을 내렸던 만큼 이날 도심 일대는 민주당 추산 30만명(경찰 추산 2만명)의 당원과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무대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자 건너편 차선에 진을 친 보수단체 시위대는 스피커 볼륨을 높여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가 하면 '이재명 감방가자'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은 짓밟아도 민생은 짓밟지 말라"고 성토했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벼랑 끝에 놓인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최근엔 이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에 더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불법 대북 송금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 167명 중 9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의원 70여명이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집회에 불참했는지 지도부는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3김(金) 시대 종식 후 장외투쟁은 원내에서 수적 열세로 힘을 쓰지 못하는 소수 야당이 마지막으로 동원한 정치적 수단이었다. 민심에 호소하며 지도부 단식 등 극한 반발로 이어졌지만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다. 지금의 민주당처럼 입법권을 장악한 절대 과반 야당이 장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권 규탄이 아닌 이 대표 개인을 위한 '방탄 집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오죽하면 친이재명계의 좌장인 정성호 의원조차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겠나.

민주당은 앞으로 여론 추이에 따라 장외집회를 계속할지를 검토한다지만, 5일 지도부 내부에선 주말마다 장외 집회를 열자는 '상시화' 주장이 나오는 등 강경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방탄 투쟁', '이재명 사당화' 목소리가 드세지고 당내 반발도 커지면서 내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민주당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여권이 내달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 개입 시비로 시끄러운 상황인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반사이익은 고사하고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 행태에 대한 국민의 비호감도가 정권에 대한 것 못지않다는 방증이다. 여권이 차기 당권을 놓고 자중지란 조짐을 보이는 이런 때일수록 민주당은 광장 대신 삶의 현장으로 나가 민생을 챙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고, 또한 그것이 이 대표를 위한 실질적인 '방탄'이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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