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리나라 정당 국고보조금은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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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리나라 정당 국고보조금은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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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 "유례없이 세금으로 선거·정당운영 지원"…조경태 의원 "국고보조금 폐지해야"
OECD 37개 회원국 중 36개국이 정당 국고보조금 운영…정당 운영비·선거 비용 지원

정당을 보호·육성하고자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정당 국고보조금'이 또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6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고보조금이 정당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하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정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통제받지 않는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 지급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당 스스로의 자생력마저 잃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달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나라 정당의 문제점으로 "전 세계 유례가 없이 다 국민 세금으로 정당이 운영"되는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정당이 취약하니깐 정부가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주객이 바뀌었다"며 "정당 재정을 보면 정부 보조금이 거의 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발언에 대해 대선·총선 등 선거 비용뿐 아니라 정당 운영비도 지원해주는 나라는 드물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정당 국고보조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많이 지원되고 있는 것일까.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 국고보조금 1980년 도입…여성·장애인후보 추천 때도 보조

연혁을 살펴보면 정당 국고보조금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전두환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 주도한 12·12 군사반란 후 1980년 5월에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한 개헌으로 보조금 관련 규정이 헌법에 들어갔다.

당시 헌법 제7조 제3항엔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보조금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당시 정치자금법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보조금을 "정당의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후 보조금 관련 조항은 수차례 개정되며 더 구체화되고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

1989년엔 보조금의 전체 규모를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권자(유권자) 총수에 400원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라는 조항이 신설됐다. '예산의 범위 안에서'란 막연한 내용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후 보조금 규모는 유권자 1인당 600원, 800원 등으로 갈수록 커지다가 2008년 개정에서 관련 조항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해 산정하는 현재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1년엔 선거보조금 조항도 생겼다. 선거가 있는 해엔 추가로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또 2002년엔 정당의 여성 국회의원·지방의원 후보자 추천에 대한 보조금이, 2010년엔 장애인 후보자 추천에 대한 보조금이, 지난해엔 청년 후보자 추천에 대한 보조금이 각각 도입됐다.

현행법은 정당의 운영비 지원을 '경상보조금', 선거 비용 지원을 '선거보조금'이라고 칭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청년 추천보조금도 결국 정당에 주는 지원금이므로 경상보조금과 묶어 '정당보조금'으로 지칭할 수 있겠다.

정부는 또 정치자금법상 선거보조금과 별개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비용도 보전해주고 있다. 선거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비용을 줄이고 공명선거를 실현한다는 선거공영제에 따른 것이다.

정치자금법상 선거보조금은 정당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 비용 보전금은 후보자에게로 각각 지급된다. 이렇게 보면 선거와 관련해서 '이중으로' 지원되는 셈이다.

총선 (CG)[연합뉴스TV 제공]
총선 (CG)
[연합뉴스TV 제공]

◇ OECD 37개국 중 36개국이 국고보조금 제도 운영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2021년 11월에 발간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그해 4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36개국이 어떤 형태로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인 셈이다. 이탈리아는 2013년에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폐지했다.

국고보조금 중 정당보조금은 대부분 국가가 지급했다. 선관위 선거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37개국 중 34개국이 정당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정당교부금(일본), 경상보조금(스페인), 정당지원금(스웨덴), 사무비용(스위스), 고정보조금(체코) 등의 명칭으로 정당보조금을 주고 있었다.

또 일부 국가는 국고보조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는데 매년, 혹은 매분기, 매월 정기적으로 정당에 지급되는 것을 봤을 때 정당보조금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선거보조금은 선거가 있는 해에만 지원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선거연수원 자료를 보면 선거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총 6개국으로 보인다. 미국, 그리스, 이스라엘은 '선거보조금'이란 명칭의 지원금을 줬고,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선거보조금이란 용어는 안 썼지만 선거 비용이나 의회 선거 관련 광고를 보전·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터키는 정당보조금만 주지만 의회 선거가 있는 해엔 기존 정당보조금의 3배를, 지방선거 때는 2배를 지급하고 있어 내용상으론 선거보조금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6개국 가운데 정당보조금도 지급해 우리나라와 같이 둘 다 지원하는 국가는 그리스, 이스라엘, 터키 등 3개국에 불과했다.

다만 선관위 선거연수원이 2016년 12월에 발간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를 보면 앞서 언급한 국가들 외에 프랑스, 독일, 일본도 정당보조금에 더해 선거운동 비용도 보전해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나라까지 포함하면 정당·선거보조금 둘 다 지원하는 국가는 그리스, 이스라엘, 터키,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개국으로 늘어난다.

◇ 최근 10년간 지원된 국고보조금 연평균 729억원…지원 규모 큰 축에 들어

우리나라의 정당 국고보조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고보조금은 1천420억원이었다. 2018년 884억원, 2019년 432억원, 2020년 907억원, 2021년엔 463억원으로, 최근 5년간 금액을 보면 들쭉날쭉하다.

이는 선거가 있는 해엔 매년 주는 정당보조금에 보태 선거보조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2018년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20년엔 국회의원 선거가, 지난해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열렸다.

특히 지난해엔 대선과 지방선거 둘 다 개최된 영향으로 국고보조금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보조금의 절대 규모를 다른 국가와 견주면 우리나라는 큰 편에 속한다.

선거보조금 탓에 연도별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해 최근 10년치 평균을 내면 우리나라 국고보조금 규모는 연간 729억원가량이 된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3천380억원(2021년 예상)에 달해 확인 가능한 수치 중 가장 컸다.

일본은 인구수에 250엔을 곱해 연간 정당교부금 규모를 정한다.

이어 독일의 국고보조금이 2천723억원(2020년 기준)으로 일본 다음으로 컸고, 프랑스(911억원·2020년), 노르웨이(728억·2019년), 스페인(727억원·2020년), 터키(639억원·2021년), 호주(588억원·2019년) 등도 보조금 규모가 상당했다.

일본 국회의사당
일본 국회의사당

◇ 국고보조금, 정당 전체 수입의 약 30%…당비·기부금 같은 정당 자체 수입보단 많아

그럼 조경태 의원의 지적처럼 국고보조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정당의 주 수입원이 됐을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선관위가 매년 발간하는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든 정당의 총수입 중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평균 29.4%에 그쳤다.

선관위는 정당의 수입을 전년도 이월금, 당원들로부터 거둔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보조금, 차입금,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단일 항목으론 보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당 수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주 수입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 당비와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등 정당 자체 수입이라고 볼 수 있는 항목과만 비교했을 땐 상황이 좀 달라진다.

최근 10년간 정당 자체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3.6%로 보조금(29.4%)의 비율에 못 미쳤다.

이 기간 정당 자체 수입이 보조금보다 많았던 적은 2021년과 2019년, 두 해에 불과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조 의원의 주장과 같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인 셈이다.

독일은 정당법에서 국고보조금이 당비, 기부금 등 정당별 자체 수입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보조금이 정당 재정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그러면서 독일은 정당별 보조금 규모를 정당별 득표수뿐 아니라 정당 수입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예컨대 당비와 적법하게 받은 기부금 1유로당 0.45유로를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일종의 매칭펀드 형태다.

                               [표] 최근 10년간 정당 수입내역 (단위: 백만원)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 자료. 2017년부터 '후원회 기부금' 별도 항목으로 집계됨.)

이부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국고보조금 제도의 법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2019년)에서 이런 매칭펀드 방식의 도입이 "국고보조에 의존하는 비율을 감소시키고, 정당이 자체적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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