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석연찮은 판결들, 사법부 신뢰 무너뜨릴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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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석연찮은 판결들, 사법부 신뢰 무너뜨릴까 우려된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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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윤미향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주에 나온 주요 법원 판결은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다. 우선 대장동 일당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 원을 준 것에 대해 법원이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6년간 근무하다 대리로 퇴직한 31세 직원에게 이런 거액이 건네졌는데도 법원은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피고인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부실한 수사도 문제지만,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뇌물 혐의가 무죄라면, 앞으로 자녀를 통한 뇌물 수수는 처벌할 길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절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횡령액 1억35만 원 중 1천700여만 원에 대해서만 횡령을 인정해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했다. 준사기 등 나머지 7개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수사가 개시돼 그해 9월 불구속기소 된 지 2년5개 월 만에 나온 늑장 선고도 문제려니와, 시민운동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 숱한 비상식적이고 의심스러운 행적들에 대한 판단치고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돼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이 선고됐다. 유죄가 인정됐다고는 하지만,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범죄인데도 '실패한 시세조종'이라며 형 집행을 유예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윤미향 의원은 기소된 혐의 대부분이 무죄가 나왔다고 활짝 웃었다. 심지어 대장동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위로의 글까지 올렸다. 윤 의원 재판을 빗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의원에게 관대한 것으로 보이는 1심 판결도 핵심 혐의인 기부금 횡령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죄로 인정된 1천700만 원도 적은 돈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놓는 게 순리다. 동병상련을 말하는 듯한 이 대표의 언급 역시 형사사건 피의자이자 유력 정치인으로서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 정의의 마지막 보루가 사법부다. 불리한 판결이 나와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법원은 증거와 법리로 판단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이 일반의 상식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 자주 생기면 가뜩이나 훼손된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요즘 판·검사는 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 샐러리맨으로 돼버려 딱하다"며 "국민의 초보적인 의문도 해소하지 못하는 수사와 재판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법원과 검찰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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