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서민층 삶의 기반 무너뜨리는 전세 사기 발본색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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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서민층 삶의 기반 무너뜨리는 전세 사기 발본색원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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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전세 사기 철저한 단속 지시"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가 서민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악덕 범죄인 만큼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전세 사기 철저한 단속 지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가 서민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악덕 범죄인 만큼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소위 '빌라왕' 사건처럼 처음부터 작정한 전세 사기든, 집값 하락에 따른 결과적인 깡통 전세든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보증사고는 968건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HUG가 집주인 대신 임대 보증금을 돌려준 대위변제액도 역대 최대인데다 4개월째 증가세다. 전세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이다. 주택 소유자에게 거액을 맡겨야 하는 문제가 있고, 갭 투자처럼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소지도 있으나 당장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로 기능하는 등 나름대로 장점도 많은 제도이다. 최근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느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금융 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세 사기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서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연립주택이나 빌라 같은 소형 공동주택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임차인은 대부분 경제력이 약한 서민이나 청년층으로 보증금이 사실상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가족들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잖아도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서민들에게 전세 사기는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 2020년 8월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으나 여전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버티는 사업자가 많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보니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씨의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대 주택의 비율이 10% 남짓에 불과했다. 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도 HUG로부터 보증금을 대신 받을 때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돼 경제적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또 HUG의 대위변제 액수가 늘어나면 보험료가 높아져 이용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2일 전세 사기 예방과 피해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상황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의 매매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정부의 '안심전세앱'에 이런저런 허점이 드러나면서 대책의 핵심이었던 반환보증 전세가율 90% 강화 조치까지 영향을 받게 됐고, 단속과 처벌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으로부터 전세 사기 단속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전세 사기를 "서민과 청년층을 상대로 한 악덕 범죄"로 규정하면서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당부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는 임차인, 임대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가 전제돼야 존립할 수 있는 제도이다.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는 물론 정부가 발급하는 등기부등본까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월세로의 전환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고, 서민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은 전세 사기가 서민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의 신뢰 자산을 갉아 먹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명심해 관련 범죄자들을 발본색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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