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채운 첫단추'…특전사단체 5·18 첫 공식 참배 취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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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채운 첫단추'…특전사단체 5·18 첫 공식 참배 취지 퇴색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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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야" vs "사죄와 진상규명이 먼저"
518단체·특전사동지회, 포용·화해·감사 선언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전우회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 조인식'을 하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특전사동지회의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반대 행동을 벌였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518단체·특전사동지회, 포용·화해·감사 선언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전우회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 조인식'을 하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특전사동지회의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반대 행동을 벌였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지역사회 반대 여론을 외면한 채 특전사동지회 초청 행사를 강행하면서 화합의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19일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고 '화합'을 주제로 발표한 공동선언문도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특전사 출신 인사들이 5·18 민주묘지를 공식 참배한 것은 1980년 5월 항쟁 이후 43년 만에 처음인데도 그 의미가 크게 반감했다.

진압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특전사 출신이라면 모조리 적대해왔던 5·18과 광주의 정서를 고려하면 파격적인 태도 변화여서 이날 행사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이날 행사는 계엄군 출신 특전사 대원들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인식에 공감해 가능한 일이었다.

상명하복을 목숨처럼 여기는 군대 특성상 군부의 부당한 명령에 따라 5·18 진압 작전에 투입된 일반 병사들까지 적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행사를 마련한 5·18 두 단체는 이러한 화해의 손길이 발포 명령 책임자 규명이나 암매장 등 43년간 미궁에 빠져있는 5·18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첫걸음으로 확신하고 있다.

계엄군 당사자들이 용기 있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용서와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교류와 소통을 하다 보면 사죄도, 증언도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특전사동지회와 화합 행사를 강행한 이유다.

행사 추진 소식만으로도 계엄군 출신 인사 몇몇은 5·18 단체에 당시 상황일지와 당시 보고 겪은 것을 기록한 일기 등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5·18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사죄를 받으려면 먼저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사과와 진상규명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일 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특전사동지회 5·18묘지 참배 반대"1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특전사동지회의 참배에 반대하는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열고 있다. 특전사동지회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이날 오전 5·18묘지를 비공개 참배한 뒤 5·18단체 일부의 초청으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특전사동지회 5·18묘지 참배 반대"
1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특전사동지회의 참배에 반대하는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열고 있다. 특전사동지회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이날 오전 5·18묘지를 비공개 참배한 뒤 5·18단체 일부의 초청으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반대하는 쪽은 이를 '기만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전사동지회는 사죄가 아닌 '양쪽이 모두 옳다'는 '양시론(兩是論)'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시론적 관점이란 5공 청문회 당시 '폭도들의 과격한 시위에 맞대응한 것'이라는 자위권 발동 논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장이 이날 공동선언식 과정에서 5·18 진압작전에 대해 "질서 회복의 임무를 수행한 선배들의 노고와 희생은 결코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왔다.

행사 반대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정당화하는 데 급급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죄와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2년 전 계엄군 출신 특전사 대원 일부가 5·18 때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와 화해의 자리를 가졌던 것은 이번 행사와 결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원들은 진상규명 조사 과정에서 협조하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속죄하고 직접 사죄하기 위해 오월어머니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중 하나인 유족회도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며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를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거센 반대 여론에도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하면서 용서와 화해는 사라지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전사동지회 초청 5·18행사에 '찬반 갈등'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동지회 초청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를 앞두고 5·18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반대 측은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고 요구했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특전사동지회 초청 5·18행사에 '찬반 갈등'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동지회 초청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를 앞두고 5·18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반대 측은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고 요구했다. 2023.2.19 (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5·18 부상자회·공로자회장 사퇴, 43주년 5·18 행사위원회 배제 등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주 시민들은 반드시 이번 일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등을 통해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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