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늘린다고 소아과 위기 해소될까…"인재육성 장기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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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늘린다고 소아과 위기 해소될까…"인재육성 장기대안 필요"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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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3번째 대책…소아 공공진료센터·응급의료센터 확대
수가 높이고 시설·장비 지원, 근무여건 개선…의사수 확대 구체계획 없어
전공의 구인난·수도권-지방 인력 격차…오픈런·원거리 진료 '소아의료 위기'
"수가인상보단 비용보장 방식 필요…비수도권에 재원 더 투입해야"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 중단 공지문[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 중단 공지문
[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22일 내놓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소아 의료의 붕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놓으며 소아진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대형병원에서 소아 입원진료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상황이 악화하자 추가 대책을 내놨다.

다만 이번 대책은 보상 강화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꼽히는 의사 수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포함하지 않아 장기적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수가를 높이는 식의 단기처방 뿐 아니라 손실보상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아청소년과[연합뉴스TV 제공]
소아청소년과
[연합뉴스TV 제공]

◇ 지원 늘리고 손실 보상…중환자 입원료 인상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기존에 '필수의료'의 범주에 묶어 발표한 대책을 포함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3번째 소아의료 관련 정책 발표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의료 외에 중증·응급, 분만의료를 아우르는 필수의료와 관련해 작년 12월 8일과 지난달 31일 공공정책수가 도입, 의사 근무여건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현재 10곳인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를 올해 4곳 더 늘리고, 시설과 장비 예산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8곳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4곳을 추가 설치하고,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곳을 육성한다.

신규 지정 센터에는 초기 시설과 장비 도입을 지원하고 기존 센터에는 시설과 장비의 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대책에 따라 의료적인 손실은 사후에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병의원급 신생아실의 입원 수가도 높인다. 현재 만 8세 미만 대상 30%인 소아입원료 연령 가산을 만 1세 미만에 대해서는 50%로 확대한다.

입원전담 전문의가 소아를 진료할 경우 소아 연령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24시간 소아응급 제공,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 응급실 수용 소아환자 분담률 등 소아·중증진료와 관련한 지표를 평가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소아중환자실 입원료를 인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소아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중환자실 필수 장비와 시설을 확충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야간·휴일에 외래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수가도 높인다.

아울러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해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하는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조속히 추진한다. 간단한 처치법과 운영 중인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상담 서비스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긴 근무시간 등 근무여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올해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25%…저출산에 비인기과 인력난

소아의료가 위기에 처한 것은 진료할 의사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의료 수요 감소와 의사들의 인기 진료과 '쏠림'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2년 1.3명에서 2022년 0.78명까지 떨어지면서 소아 진료의 수요가 감소했다. 그러는 사이 비급여 시장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급여 진료가 대부분인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수익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소아청소년과의 인기 하락은 전공의 지원율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3명으로 전체 정원 208명 중 25%에 불과하다.

작년 집계를 보면 전공의 지원율은 재활의학과 202.0%, 정형외과 186.9%, 피부과 184.1%, 성형외과 180.6% 등이어서 인기 진료과와 소아청소년과 사이의 격차가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모집'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정원을 다 채운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이처럼 의사 수가 부족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면서 소아를 둔 부모들은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을 맞춰 '오픈 런'을 하거나 원거리 진료를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중증 소아청소년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지역간 격차도 크다. 2019년 기준 소아 입원환자 거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치료 비율은 서울이 93.9%이지만 충북은 52.6%에 그쳤다.

영유아 독감 유행에 커지는 트윈데믹 우려코로나19·인플루엔자(독감) 동시 유행을 뜻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0월 2일부터 8일까지(41주차) 1~6세 영유아 외래환자 1천명 당 독감 의심 증상 환자의 분율은 10.7명으로 40주차(12.1명) 대비 다소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유행기준보다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10.18 (사진=연합뉴스)
영유아 독감 유행에 커지는 트윈데믹 우려
코로나19·인플루엔자(독감) 동시 유행을 뜻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0월 2일부터 8일까지(41주차) 1~6세 영유아 외래환자 1천명 당 독감 의심 증상 환자의 분율은 10.7명으로 40주차(12.1명) 대비 다소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유행기준보다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10.18 (사진=연합뉴스)

◇ 수가인상 단기처방엔 '한계'…"인재육성 장기적 대안 필요"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의사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겼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의사 확충 문제와 관련해서는 "필수분야 의사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계와 협의해 의료인력 확충을 추진한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정협의가 재개되는 대로 신속히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나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안을 내놓지 않았다.

의료 현장에서는 출생아 자체가 적고 소아과 의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적은데 수가를 올리고 소아전문 진료센터를 늘린다고 해서 소아의료 공백 우려가 해소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아이들이 줄면서 (의료) 행위 자체가 줄어든 것인데,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그나마 (수가를) 올려주는 것이 낫기는 하지만 단기적인 대책이라면 자본비용과 인력 기준을 유지하며 발생하는 인건비 등 총비용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수도권은 의사 인력이 안 가려 하고 출생아 수도 더 적으니 이쪽에 훨씬 더 많은 재원 투입해야 하는데, 일률적인 수가 인상으로는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 의사 확충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발표하는 조규홍 장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2.22 (사진=연합뉴스)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발표하는 조규홍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2.22 (사진=연합뉴스)

임 교수는 "시도 혹은 권역 단위로 묶어서 해당 지역에 필요한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수련제도를 만드는 식으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인력을 지역에서 양성하는 제도를 만들고, 공공의료 방식이든 의대 증원 방식이든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장기적인 대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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