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보상 강화만으로 필수 의료인력 부족 위기 타개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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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보상 강화만으로 필수 의료인력 부족 위기 타개할 수 있겠나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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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진료 정책 간담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아 진료 정책 간담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모집'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정원을 다 채운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76%에 해당하는 38개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이었고, 모집정원 확보율이 50%를 넘긴 병원도 4곳뿐이었다. 중증 소아청소년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소아 입원환자 거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치료 비율은 서울이 93.9%이지만 충북은 52.6%라고 한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아프면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오픈 런'을 하거나 몇 시간씩 장거리 진료를 가야 하는 심각한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소아 의료 현장을 찾은 이유일 것이다.

정부는 이날 중증 소아를 진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확충하고 소아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의 소아 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소아 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 24시간 소아 진료 제공 여부 등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예비지표에 반영하고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때는 소아 진료 실적을 더 많이 반영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들이 소아 진료 기능을 유지, 강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아 진료 병원에 보상을 해 줄테니 병원들이 관련 전공의를 우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당근책만으로 필수 의료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아 의료 위기의 원인을 저출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라고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의사들의 인기 진료과 쏠림 현상 때문일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3명으로 전체 정원 208명 중 25%에 불과했다. 재활의학과(202.0%), 정형외과(186.9%), 피부과(184.1%), 성형외과(180.6%) 등 이른바 인기 진료과는 정원이 차고 넘치지만, 일명 '내·외·산·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30∼60%대를 기록하고 있다. 흉부외과는 20년째 전공의 부족에 시달려 왔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다. 산부인과의 경우도 출산과 관련된 산과의 지원율은 소아청소년과 못지않게 낮다고 한다. 필수 의료로 불리는 이들 분야의 의료 인력 부족은 국민 보건의 위기다.

최근 연봉 4억2천만 원을 내걸고 응급실 전문의를 뽑기로 한 속초의료원 문제는 우리의 의료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중증 질환 기피, 지방 기피 등 힘들고, 돈 안 되는 의료 현장을 꺼리는 의료인들의 사명감 부족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요즘 세태에서 이들의 무조건적인 희생만 요구하기도 힘들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매우 시급하고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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