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의원 3폐' 주장까지 나온 비례대표제, 확대 아닌 개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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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의원 3폐' 주장까지 나온 비례대표제, 확대 아닌 개혁 대상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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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2.23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2.23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증원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한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3개 안은 ①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복원 ② 현행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③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석으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1번과 2번 안은 지역구 수 유지를 전제로 비례대표 수를 50개 더 늘리는 방안으로, 이 경우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어난다. 3번은 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300석 그대로 두되 지역구 수를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자문위 측은 비례성을 강화하려면 현행 47석은 너무 적다는 이유로 특위에 이런 권고를 했다고 한다. 특위는 그간 자체적으로 4가지 안을 추려놨는데, 비례대표 정수 확대라는 방향에서 자문위가 낸 3가지 안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비례대표 증원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여야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정치개혁 방안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 특히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을 살려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자는 게 여야가 내세우는 증원의 명분이다. 실제로 비례대표 수를 늘리면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인 사표(死標)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정계 입문의 길이 넓어질 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세대교체 또는 시대교체를 이뤄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비례대표 확대라는 평가도 있다.

관건은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돌려세울 수 있느냐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회의원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의원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은 확고하다. 9명의 보좌진에 막대한 세비를 받고 불체포와 면책 등 온갖 특권과 혜택을 누리면서 정쟁과 파행을 일삼는 의원들의 행태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서다. 300석 유지를 전제로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는 안 또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불투명하다.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가 하는 비판이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야 당선권에 배치될 수 있는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부터가 고쳐지지 않는 병폐다. 국회에 들어와서는 전문성 발휘는 고사하고 계파 보스의 들러리나 공격 선봉대를 자처하고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기 쉬운 '지역구 쇼핑'에 골몰하는 게 그들 대부분의 모습이다. 오죽하면 비례대표가 불체포·면책특권, 정당국고보조금과 함께 없애야 할 '국회의원 3폐'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겠나.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선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한 정당 내부의 통렬한 반성과 자체 개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정치권력이다.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자격도 없는 사람을 직능 대표네 약자 대표네 하며 버젓이 당선권 순번에 올려놓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바뀌는 게 우선이다. 비례대표 확대를 말하기에 앞서 정쟁으로 허비한 세비를 자진해서 깎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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