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문직 집단 이기주의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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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문직 집단 이기주의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셈인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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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로톡 광고 제한 변협에 과징금 부과[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 로톡 광고 제한 변협에 과징금 부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로톡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에 맞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 저렴하게 사건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 서비스여서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변호사 업계의 높은 벽을 허문 기술 혁신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소개 및 알선에 해당한다며 로톡은 세 차례나 검찰에 고발됐고, 변협은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번번이 불기소, 불송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작년 5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들의 광고 플랫폼 접근을 막는 변협의 내부 규정 핵심 조항들에 대해 위헌 결정도 내렸다. 그러나 변협의 로톡 서비스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는 계속됐다.

2015년 3월부터 시작된 변협 등의 로톡 고사 작전이 8년 동안 진행되면서 혁신 플랫폼으로 평가받던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회원 변호사가 4천 명에서 절반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방문자 수가 급감하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이익 단체의 집단 이기주의가 또 하나의 혁신 산업의 싹을 자르고 있는 것이다. IT 기술이 발달하면 여러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들이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기득권 이익단체들과의 갈등과 마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를 신속하게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입만 열면 미래 혁신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혁신 산업이 등장하면 이익단체 눈치 보기로 혁신의 길을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가 '타다 사태'이다. 그 대가로 우리는 동남아보다 못한 운송 서비스 체계를 갖고 있다.

변협은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반발했다. 김영훈 차기 변협 회장은 사설 플랫폼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변협의 기득권 지키기는 변할 조짐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변협의 감독기관인 법무부가 나서야 하는데 2년 전 변협이 징계 절차를 시작하면 감독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는 징계가 끝나고 이의신청까지 들어왔는데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감독기관이 변협 눈치를 보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법무부는 즉각 이 문제를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거대 노조, 은행, 통신 등의 '과점 기득권'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의 집단 이기주의는 이들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 정원 증원을 반대하고 원격 의료를 가로막는 의사단체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는 대한민국 보건 의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돈 잘 벌고 사회적 지위까지 가진 소위 잘 나가는 전문 직업군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톨의 이익도 뺏기지 않겠다며 저항하는 상황을 정부는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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