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통합 만이 능사 아닌 광주 공공기관 혁신 우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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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통합 만이 능사 아닌 광주 공공기관 혁신 우려 깊다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2.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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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 공공기관 구조혁신안 발표
강기정 광주시장 공공기관 구조혁신안 발표

민선 7기 이용섭 지방정부와 민선 8기 강기정 지방정부가 정권 차원의 교체였을까. 어려운 시기에 시장이 시민의 근심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시장을 걱정하는 소리가 민선 8기 출범부터 나와 걱정이 태산이다. 물론 광주시민의 고착화?된 광주시장 재선 불허용의 매몰찬 선택이 낳은 결과로 누굴 원망하랴. 풍부한 행정·정치 경험을 가진 이용섭 시장도 연임을 허용치 않은 시민의식이다. 무도한 윤석열 정권만 보더라도 너무한다 싶지만 정권이 바뀐 새 정부가 전임 정부를 비판하는 일이야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같은 당 출신의 지방정부가 거짓까지 동원해 전 지방정부 지우기에 몰두하는 행위는 시민을 위한 행위라 할 수 없다. 지자체장은 정치적 행위보다 시민 삶을 위한 행정적 행위를 해야 한다.

민선 8기 출범부터 시민들의 걱정이 많았지만 최근 강 시장이 발표한 공공기관 구조 혁신안에 대해 강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강 시장의 전시행정, 정치적 행정에 불신의 골이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강 시장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비효율,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의 악순환으로 광주발전의 시계를 늦출 수 없다며 효율성과 자율·책임·역량이 강화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의 4년 간 행정에 무슨 비리나 큰 문제라도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용섭 전 시장은 대표적 소통행정 첫 성과로 지하철 2호선 착공을 들 수 있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임기 동안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지하철 2호선 착공을 다양한 시민 여론을 듣고 다수의 전문 집단의 의견에 따라 착공을 결정했다. 당시 시민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은 소통과 포용의 결정으로 회자된다. 행정의 달인으로 경청의 힘을 가진 이 전 시장은 시민 의견을 존중하고 그 의견을 행정에 적극 반영했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해 애써 벌여놓은 사업을 뒤로하고 물러났다. 강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지하철 2호선 공사비 국비 중단을 시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라든가 지산동 IC 공사로 72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거짓 선동으로 시민들을 갈라치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덕남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수돗물 누수 사고가 나자 민선 7기에서 행정 매뉴얼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전 지방정부 탓을 했다가 번복하는 등 전 행정부 탓하기 선동적 정치행위에 급급하고 있다.

지금은 소통의 시대다. 강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불통하는 시장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같은 당 전임 시장의 흔적 지우기는 시민 누구를 위한 일도 될 수 없다. 이번 공공기관 혁신은 다양한 시민 의견도 듣지 않고 밀실에서 자기네들끼리 짜 맞추기한 불통의 결정판이다. 세상은 발전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는데 공공기관 숫자놀음을 하는 것도 참 거시기하다. 시민의 수에 따라서, 지자체의 특성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 있다. 산하 24개 공공기관 중 8개를 4개로 통합해 모두 20개로 축소한다는 것은 줄였다기 보다는 흐트려 놓았다고 보여진다.

특히 광주테크노파크와 광주과학기술진흥원 통합은 광주시가 지방자치단체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정부 방침과 다른 길을 가려한다는 반대 의견이 많다. 결국 과학기술진흥원의 전문성을 쇠락시키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경제고용진흥원과 통합을 앞둔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역시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혁신안은 합목적성이 결여됐고 통합의 근거나 기대효과 등 객관적 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한 일방적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의 후속 사업으로 노사 상생을 위해 민선 7기에 세운 일자리재단이 조정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반발이 걱정의 수위를 넘기고 있다. 광주 지역 국회의원 7명도 최근 광주시에 우려 섞인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통합, 광주관광공사를 만든다는 계획에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재단은 문화를 지향해 온,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관이다. 성질이 다른 두 기관을 물리적 통합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2005년 9월 개관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 내 마이스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센터의 전문성을 통합이라는 틀에 가둬 그 기능과 역할을 축소시켜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많다. 

통합 대상이 된 기관 내부에서도 고용 승계 과정에서의 인사 문제 등 진통이 예상된다. 광주시는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조직 진단 용역을 4월에 마치고, 오는 6월부터는 각 기관별로 경영 혁신안을 발표한다고 해놓고 뜬금없이 통폐합을 발표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뭐가 그리 급한지 묻지마식, 내가 알아서 다한다, 참견하지마라는 식의 행정은 지금까지 쌓아놓은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가장 나쁜 행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시민 의견, 전문가 의견을 듣는 소통 행정으로 차근차근 차분하게, 시민들의 걱정이 없도록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혁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광주시가 발표한 혁신안은 민선 7기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시민 다수의 의견에 대해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내 색깔내고 공적 쌓기 혁신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온다. 나라가 위기고 광주는 더 어렵다. 제발 시장이라도 민생을 위한 행보로 더 높이 더 멀리 보면서 입은 닫고 귀를 쫑긋 세우는 자세로 시정을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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