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수사의뢰'까지 간 與전대, '이낙연 좌표' 찍은 野팬덤
상태바
[연합시론] '수사의뢰'까지 간 與전대, '이낙연 좌표' 찍은 野팬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02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로 시작과 끝을 볼 모양이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2일 자신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안철수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선거라는 게 막판 으레 과열되기 마련이지만 집권 여당에서 주요 후보들이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대 마지막인 수도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이날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윤심' 공방 속에서 비방과 막말, 흠집내기가 줄을 이었다. 지난 석 달의 경선 기간 국민 뇌리를 스친 단어라면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있게 한 '찍어내기'와 김기현, 안철수 후보 공격용으로 생겨난 '울산판 이재명', '종북좌파' 정도일 것이다. 벌써 당내에선 새 지도부가 공천에서 떨어트릴 사람이 적힌 '살생부'가 거론되고 있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공천 파동과 내분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판국이니 후보들이 아무리 윤 대통령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말한들 울림이 있을 수 있겠나.

정당민주주의 수준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주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인 소위 '문빠'에서 이재명 대표의 '개딸'(개혁의 딸)로 바뀌었을 뿐 당원들의 인물 추종 행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선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 청원을 통해 미국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 출당 시도로까지 이어졌다. "대장동 건을 터뜨려놓고 미국으로 냅다 도망친 이낙연이 반란표가 나오게 꾸몄다"는 게 청원의 이유라고 한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팬덤정치에 의원들이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민 의원은 "당내 배신자들에게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했다. 심지어 주류 내부에선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향후 국회 표결 전 집단 퇴장을 강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부여하면서 그 대전제로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46조2항)고 명령하고 있다. '당원의 실망감'이 헌법 정신과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야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정치인들의 안중에 국민은 있는지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민생이 수렁에 빠진 와중이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총선 공천에 목을 맨 형국이다. 상향식 의사결정 등 어렵게 이뤄낸 당원민주주의가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맞물려 공천권을 쥔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여당은 오는 8일 전당대회에서 총선을 지휘할 사령탑을 뽑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거취를 포함한 당 진로 논쟁에 빠져들 조짐이다. 여야 공히 기회이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제 뼈를 깎는 환골탈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