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재명 대표의 너무 늦은 '수박 색출' 자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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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재명 대표의 너무 늦은 '수박 색출' 자제 요청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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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강성지지자들의 반란표 색출 소동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명단 제작, 문자폭탄, 제명 요청, 누가 이득 볼까요?'라는 글에서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것은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이낙연 전 대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제명 요청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자제 요청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표결 직후부터 지난 일주일 동안 이 대표 강성지지자들은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범인 찾기와 문자폭탄, '수박 명단', '살생부' 등 리스트 유포로 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수박'은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으로, '비(非)이재명계'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수박 첩자 7적'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명단까지 나돌았다.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모인 '더불어 수박깨기운동본부'는 지난 3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수박깨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친명계 인사는 "당내 배신자들에게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며 오히려 이들의 행동을 부추겼다.

이 대표는 뒤늦은 자제요청 글에서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며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누명을 당하는 심정…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 명단 작성을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겠지만, 언뜻 보면 찬성표를 찍은 의원을 정확히 찾아내 비난하는 것은 괜찮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이러니 이 대표의 자제 촉구에 대해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팬덤 정치는 현 정치적 상황과 메커니즘으로 인한 자생적 측면도 있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조성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팬덤 정치의 폐해에 대해 여러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공론화해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방관하거나 오히려 강경파가 득세하기 쉬운 구조로 당의 체질을 바꿔온 것이 민주당이다. 팬덤정치의 수혜자는 당장은 이득을 보는 것 같을 테지만, 결국 당심과 민심을 분리하고 확장력을 떨어뜨려 당을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군중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다"며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 그들을 세뇌해 써먹는 이들은 결국 그 군중에 잡아먹히게 된다"고 한 말을 민주당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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