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결혼도 출산도 역대 최저…발상의 대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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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결혼도 출산도 역대 최저…발상의 대전환 필요하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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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혼인·이혼 건수 추이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천700건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그래픽] 혼인·이혼 건수 추이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천700건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론까지 대두한 가운데 혼인 건수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천700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이며, 43만5천건을 기록한 1996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도 역대 최저치인 3.7건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3.7세, 여자가 31.3세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결혼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하면 아기를 가질 확률이 낮아지고, 이렇게 인구가 줄면 다시 혼인 건수는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그나마 이혼 건수는 2020년부터 3년째 줄었지만, 이 역시 혼인 감소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리 반길 일도 아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국가와 민족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이었다.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른 변수를 배제하고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인구가 3분의 1로 쪼그라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백 년 후 마지막 한국인이 사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것은 적어도 이들의 눈에는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져야 할 경제적, 사회적 부담도 걱정이지만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팍팍한 삶을 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여성 중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은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한몫했겠지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 대한 항의의 몸짓이다. 상황이 어렵다면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계층 사다리는 하나둘 사라지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물리적 노동력의 필요성은 줄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면서 인구 감소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모든 것을 휩쓸 대재앙임이 틀림없다. '인구 지진'은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국방, 문화 등 거의 모든 부문에 파괴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이다. 정부는 2005년 이후 관련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놨고 수백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사실상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원인 분석, 처방, 대책, 실천 등 모든 과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결혼·출산 관련 그래프의 절망적인 곡선을 막을 '골든타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 정부도 그간의 산발적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큰 틀의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 문제가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라는 인식을 갖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또 건성 대책으로 안타까운 시간만 보낸다면 기성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세태를 개탄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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