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나라를 친일·반일로 또 갈라놓을 셈인가
상태바
[연합시론] 나라를 친일·반일로 또 갈라놓을 셈인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17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그야말로 항복식 같은 참담한 모습이었다"며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다.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사죄나 반성이 전무했고, 우리 정부가 공언했던 일본의 대응 조치는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 자존심, 피해자 인권, 역사 정의 전부를 맞바꾼 거라는 국민의 한탄 소리가 틀려 보이지 않는다", "영업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전혀 틀린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일본 편에 선다면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했다. 거리의 민주당 현수막에는 '이완용의 부활'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날 소집된 국회 국방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 없다'는 피켓 메시지를 붙여 놓아 결국 파행됐다.

정부·여당은 작금의 지정학적 상황과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비판하려면 민주당은 '그게 그리 급한 게 아니다'고 판단하는 근거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나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이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부실한 대일 외교를 지적하는 것과 비례해 일본 측의 사과나 반성을 강력히 촉구했어야 한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주장 가운데 확실한 팩트는 일본 총리가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로 유감이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거대 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해외 정상외교 와중에 '항복식'·'숭일(崇日)' 등의 표현을 쓰면서까지 비난해야 했는지, 이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 역시 민주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국익을 위한 결단', '의미 있는 성과'만 내세울 뿐 진정성 있게 국민 정서에 다가서고, 피해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국익은 그 구성원인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여론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포기하거나 등한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야당에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사후 야당의 비판에 '죽창가 그만 부르라'고 호통만 친다.

야당은 오로지 현 정부를 친일 딱지 붙이는 일에 혈안이다. 여당은 야당을 반일로 몰아 가는 데에만 열중한다. 총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프레임 짜기가 아닌지 우려된다. 이념으로 지역으로 갈라치기한 것도 모자라 이제 국민을 친일·반일로 갈라 놓을 셈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