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권한침해 인정했지만 '국회 기능 존중'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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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권한침해 인정했지만 '국회 기능 존중' 재확인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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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디어법 개정안·FTA 비준동의안도 비슷한 판단
"위법성 판단만하고 국회에 책임 넘겨" 비판도
헌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결론 선고지난해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3.3.23 (사진=연합뉴스)
헌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결론 선고
지난해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3.3.23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정 법률의 효력을 인정, 국회의 기능을 존중하는 과거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헌재는 과거에도 수차례 국회 심의와 표결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이번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싼 권한쟁의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이 중 가장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은 국회의 이른바 '미디어법' 개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7월 국회는 신문법과 방송법 등을 개정해 신문사와 대기업이 방송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신문법 표결에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가 있었고 방송법 표결에선 부결 후 재투표가 이뤄져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09년 10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신문법 표결에서 부정투표가 있었고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으며 방송법 표결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두 법안의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결국 신문법과 방송법은 효력이 유지됐고 그해 11월 시행됐다.

'헌재에서는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사후 조치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 '일사부재의 위반은 인정되나 가결 선포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는 것이 헌재가 든 기각 이유였다.

이후 민주당은 헌재가 권한 침해를 인정했는데도 국회의장이 아무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재차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 역시 2010년 11월 기각됐다.

2010년 12월에도 헌재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 야당 의원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 비준동의안 상정과 회부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08년 12월 당시 국회 박진 외통위원장이 이 조약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회의장 입구를 폐쇄해 심의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외통위원장이 회의장의 출입구를 폐쇄해 회의 주체인 상임위원 등의 출석을 봉쇄한 것은 질서유지권의 인정 목적에 정면으로 어긋나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청구인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못해 심의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헌법상 동의안 심의권을 침해당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무효를 선언해 동의안을 상임위 최초 심사 절차부터 다시 거치도록 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의안 상정과 회부 효력은 유지했다.

이처럼 헌재가 논란이 된 사건들에서 내린 결정은 국회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고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 아래 입법부의 결정을 뒤집는 것을 자제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헌재의 결정을 두고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도 법조계와 정치계에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 당시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헌재가 절차의 위법성을 확정하고서도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발뺌한다면 헌재는 왜 애써 위법 판단을 했고, 또 헌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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