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힘대힘', '강대강' 대결만 반복하는 정치실종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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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힘대힘', '강대강' 대결만 반복하는 정치실종 국회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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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3.23 (사진=연합뉴스)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3.23 (사진=연합뉴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할 국회가 주요 사안마다 여야로 나뉘어져 오히려 반목과 대립을 생성하고 있다. 압도적 과반인 의석 169석을 가진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입법권을 휘두르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대로 타협과 조율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극한 대립과 정치 실종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깊어질 가능성이 커 보여 걱정스럽다.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숙의 요구가 적지 않았음에도 결국은 거대야당 뜻대로 됐다. 대통령실은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간 양곡관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미 민주당도 이를 염두에 두면서 만일 법안이 국회로 다시 돌아올 경우 새로운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강대강' 대결이 무한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쌀값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마땅하지만,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과 같은 방식이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법안 시행에 따른 실효성이 적고 오히려 쌀의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게 나왔다. 이런 문제점을 야당이라고 모를 리 없겠지만 법안을 통과시켰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까지 이런 식의 입법 추진과 무한대립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 등의 본회의 부의안도 23일 국민의힘 반대 속에 통과됐다.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관련단체 간의 의견대립이 극심하다. 이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여당이 '민주당의 방송 영구장악법'이라고 반발해 온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등도 법사위를 건너뛰고 민주당 주도로 곧바로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법안이 숙의 없이 처리돼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 몫이 될 뿐이다. 사회적 논란이 치열한 법안일수록 이해단체나 관계자, 정부 등 다양한 곳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이견이 있다면 국회가 나서 조율하고 타협을 이끌어야 하겠지만 우리 국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더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층 결집이나 표만 의식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유권자들이 똑바로 지켜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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