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광주에서 볼 수 없는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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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광주에서 볼 수 없는 '오페라의 유령'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4.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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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 포스터[자료제공 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 포스터
[자료제공 에스앤코]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가 아름다운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된 고전적 선율에 의지해 극 전체의 구성을 오페라의 형태로 끌어가는 오페레타(Operetta) 형식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1986년 영국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초연된 후 전세계 27개국 145개 도시에서 최소 15가지 언어로 공연됐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간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상연돼 총 1억4천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금세기 최고의 뮤지컬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기록을 갱신하며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제 마지막 공연이 될 올해 오페라의 유령 국내 공연은 초연으로 부산에서 시작했다. 지난달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페라의 유령'은 광주에서는 볼 수 없다. 정작 관람을 하려면 타 도시로 가야 한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개관 32년 만에 2년 3개월의 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개관을 앞두고 있다. 광주문예회관은 이번 공사를 통해 쾌적한 관람 환경 구축 등 인프라를 개선했다.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형 공연은 '그림의 떡'이었지만 이번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하면서 혹시나 광주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최근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이 회관을 답사한 결과 '공연 불가' 결정을 내렸다. 내년 5월 공연을 추진하던 '오페라의 유령' 해외 오리지널 제작팀과 지역 기획사가 지난달 무대를 둘러보고 공연 여부를 고려한 결과 최종적으로 공연 불가 판단을 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세계적인 오페라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면서 리모델링 명분으로 명칭만 '광주예술의전당'으로 바꾼다.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문예회관에서는 대형 뮤지컬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명칭만 바꾸는게 대수가 아닌 상황이다. 문예회관에서 그동안 수 차례 대형 공연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전용 공간이 아니라 다목적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장르별 전용공연장이 대세인 추세에서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의 한계를 드러낸 부분으로, 다양한 공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광주는 이제부터라도 문화 수도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 전용공연장 구축은 시민 문화 향유 수준을 높이고 관련 공연·예술 활성화 등 문화를 살찌우는 기본 인프라이기 때문에 마냥 미뤄 둘 수 없는 과제다. 전용공연장 하나 없는 광주가 문화도시라고 자랑하기가 민망하다. 광주에는 전체 공연장 40개 중 전용공연장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콘서트홀의 부재다. 공연이 갈수록 전문·세분화되면서 도시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전용공연장 건립이 발등의 불이다. 문화의 도시 광주도 이제부터라도 전용공연장 건립 관련 의제를 놓고 숙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하나의 악기(樂器)라고도 불리는 공연장은 관객 만족도와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광주지역 공연장은 어느 장르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는 '다목적홀'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 공연계는 다목적홀이 가진 한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 투어 일정에 광주가 종종 빠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주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타 지자체는 1천석 이상 전용공연장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대 광역시 중 대구는 이미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 2천석 규모의 콘서트 전용홀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1천800석 규모의 부산오페라하우스를 건립 중이다. 도시 규모 면에서나 공연계 상황이 비슷한 대전은 콘서트 전용홀 건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형 공연을 차치하더라도 광주가 뛰어난 예술단체들이 있지만 최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 전용무대가 없는 것은 시민 모두에게 슬픈 현실이다. 광주가 문화도시로서 품격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용공연장 건립은 필수다. 서둘러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자체와 문화예술계가 머리를 맞대고 건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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