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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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5.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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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그리움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최은홍 열사의 어머니 이금순(83)씨가 오열하고 있다. 2023.5.17. (사진=연합뉴스)
사무치는 그리움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최은홍 열사의 어머니 이금순(83)씨가 오열하고 있다. 2023.5.17. (사진=연합뉴스)

43번째를 맞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18일 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된다.

보수 정부 때마다 탈도 많고 말도 많던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합창이 아닌 제창으로 다 함께 목 놓아 부른다.

특히 이번 기념식은 '오월의 어머니'들을 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거나 기나긴 고통에 힘겨운 40여 년 한 맺힌 오월어머니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헌정공연에서는 오월어머니들을 위한 가수 나훈아 씨가 만든 노래 '엄니'를 헌정곡으로 바친다.

'엄니'는 나훈아가 1987년 5·18 희생자의 어머니들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었으나 정보기관의 방해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다 2020년 발표한 노래다.

부산 사나이 나훈아 씨가 만들어 부른 광주 5·18 희생자 헌정곡 ‘엄니’.

원곡을 그대로 읊조려본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 /엄니 엄니 뭐 땀시 날 낳았소 /한 많은 이 세상 어째 낳았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엄니 엄니 워째서 불러쌌소 /눈앞에 나 있는디 어째 날 찾소 /엄니 엄니 무등산 꽃 피거든 /한 아름 망월동에 심어주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엄니 엄니 워째서 잠 못 자요 /잠자야 꿈속에서 날 만나제 /엄니 엄니 나 잠들고 싶은디 /잠들게 자장가나 불러주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인자 그만 울지 말랑께~"

이 곡은 나훈아가 2020년 발표한 음반 '아홉이야기'에 수록된 것으로, 5·18 당시 숨진 희생자가 원혼이 돼 어머니를 달래는 내용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짙은 나훈아가 직접 전라도 사투리로 노래를 불러 더 깊게 와닿는다.

부산 태생인 나훈아가 왜 광주 5·18의 넋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을까.

나훈아는 광주 젊은이들의 죽음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워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5·18이 일어난지 7년만인 1987년에 만들어졌지만 세상에 알려진 것은 33년만이다.

이렇게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데 오래 걸린 사연은 당시 정보기관의 방해 때문이다.

나훈아는 이 노래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 2천개를 만들어 광주MBC에 보냈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방해로 실제 방송에 내보지는 못했다고 나훈아는 음반 속지에서 밝혔다.

당시 광주MBC PD였던 소수옥 씨는 나훈아가 광주에 올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국립 5·18묘역을 참배했다고 기억했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5·18 당시 아들을 잃은 '엄니'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

누구라도 5·18은 슬픔과 분노, 공감을 일으키는 역사인데, 나훈아가 말은 못하고 답답해 이 곡을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독재정권 시절 나훈아가 방송을 통해 5·18의 상흔을 알리려 한 숨겨져 있던 '엄니'.

마흔 세번 째 맞는 5·18. 우리는 이 노래를 통곡하며 불러야 한다.

그리하여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 잡고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처럼 국민 통합을 이뤄내 오월 정신이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내일은 하느님이 대신 울어준다고 안 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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