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다시 바위섬 된 5·18, 전문수록 언감생심
상태바
[신세계만평] 다시 바위섬 된 5·18, 전문수록 언감생심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5.18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가 열려 대형 깃발을 든 풍물패가 행진 대열을 이끌고 있다. 2023.5.17 [공동 취재]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가 열려 대형 깃발을 든 풍물패가 행진 대열을 이끌고 있다. 2023.5.17 [공동 취재]

5·18정신 헌법 전문수록의 기대감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언감생심이었을까.

광주는 다시 희망을 잃은 무인도 '바위섬'이 된 분위기다.

5·18정신 헌법 전문수록, 그렇게 어려운 걸까.

이런 으스스한 느낌은 전날부터 느껴졌다.

이재명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단칼에 거절했다.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뭉개버렸다.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을 계승한다면 자유민주 위협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통합'을 얘기하더니 뜬금없이 '싸우자'고 으름장을 놨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했다.

헌법 전문수록을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다는 말인지, 알아들을 만한 딱부러진 말이 없다.

결국 속내는 '할 필요까지 없다'는 말인가.

그는 모든 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통합'을 예기해놓고 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다.

'오월 정신이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 돼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더니 싸우자고만 했다.

국민의힘은 여러 의견을 듣고 논의 후 결정하자는데 결국은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아니다.

결국 대통령실이 하자는 대로 하는 대통령실 예하 소총부대니까.

결국, 통합을 의미하는 '다시 오월'이 아니라, 43년 전 고립된 그날처럼 '다시 바위섬'이 된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재임 당시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아 국민투표까지 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한마디로 핑계에 불과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이다.

의석수만 많으면 뭘 하나.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있나 싶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당이었나.

43주년 기념일에 대한 형식적인 성명서나 하나 내고, 고작 한 의원이 내놓은 메시지가 전부다.

'대통령과 여당은 5·18정신 헌법 전문수록 로드맵을 밝히라'는 것이다.

여당일 땐 뭘 하고, 이제와서 니들이 하라고 하니 그들도 헛웃음만 나올 듯.

헌법 수록을 염원하는 광주 지역사회는 답답한 마음뿐이다.

오월의 '엄니'들의 눈물이 멈출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마를 날이 없는 오월 엄니들의 눈물을 언제까지 쏙 뺄 거란 말인가.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없던 이곳(광주)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담양 출신 가수 김원중이 불렀던 '바위섬'이다.

우리는 당시 이 노래를 부르며 희망을 꿈꿨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새들도 떠나버린 홀로된 광주에서 언제까지 희망을 노래해야 할지.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고 함께 가는 진정한 통합은 없는 것인가.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