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비리, 엄단하고 원천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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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비리, 엄단하고 원천차단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6.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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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브리핑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3.6.4 (사진=연합뉴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브리핑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3.6.4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1만2천여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1조1천억원 규모 사업에서 1천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여기에서 확인된 부정 사용액만 314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감사는 이들 민간단체에 최근 3년간 지급된 총 6조8천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사업을 대상으로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지난 1∼4월 진행됐다. 큰 사업 위주로 감사가 이뤄졌고 보조금이 3천만원 이하로 소액이거나 기존에 감사나 수사가 이뤄진 경우 등은 이번에 제외됐기에, 국고보조금 부정사용 사례는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혈세가 일부 단체에서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정부의 사후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확인시켜 준 이번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감사에서 드러난 구체적 부정·비리 유형은 다양했다.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의 수법이 망라됐다. 한 통일운동단체는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천260만원을 정부로부터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 등을 벌인 것으로 지적됐다. 또 다른 사단법인 A 협회는 2020∼2021년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명목으로 2천4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이 중 2천여만 원을 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나 전·현직 임원과 임원 가족의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비 등으로 유용했다. B 기념사업회는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전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비로 5천300만 원을 업체에 지급한 뒤 500만 원을 돌려받는 등 거래처 4곳에서 3천300만 원을 편취했고, C 사회적협동조합과 D 교육은 2021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한 뒤 친족 간 내부 거래로 3천150만 원을 부당 집행했다. 정부는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국민의 피땀이 들어간 세금을 고의로 오용했다면 세금 도둑과 다름없다. 부정이 확인된 보조금은 즉각 환수하고 잘못된 부분은 엄단하는 후속 조처가 따라야 할 것이다.

국고보조금 사업에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수 있도록 만든 현행 시스템의 대대적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고보조금 사업 규모가 10억원 이하인 경우 회계감사가, 3억원 이하는 외부검증 의무가 면제돼 왔다. 정부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외부검증 대상은 1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 대상은 3억원 이상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정치권도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이를 포함해 보조금 사업 집행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취약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할 포괄적 방안이 필요하다.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문재인 정부 5년간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적 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은 필요하고 순기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버려 두는 것은 문제가 크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을 5천억원 이상 감축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는데, 효율적이고 투명한 보조금 사업 집행 방안 마련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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