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정부지' 천일염 가격…생산 어민 "소금산업 도움 안 돼"
상태바
[르포] '천정부지' 천일염 가격…생산 어민 "소금산업 도움 안 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6.06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격 오르지만, 생산원가는 그대로…잦은 비에 사재기도 영향
폐업 염전에 태양광만 늘어…"수입산 대응 정부 대책 시급"
새하얀 소금 결정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 소금 결정이 맺히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새하얀 소금 결정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 소금 결정이 맺히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소금이 말 그대로 '금'이 됐는데, 걱정은 더 쌓여간당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한 염전에서 20㎏ 포대에 새하얀 소금을 퍼담는 박형기(65) 씨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하루 종일 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하지만, 올해 초 일주일 간격으로 내린 비에 때깔 고운 소금은커녕 생산량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채취한 소금이 실린 카트는 전동레일을 따라 창고로 향했고, 창고는 줄어든 생산량에 밑바닥을 들어낸 상태였다.

최대 18만kg의 소금을 저장할 수 있지만, 지금은 텅텅 빈 창고를 바라본 박 씨는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준 것도 문제지만 염전 산업의 수지타산도 악화했다"고 근심을 털어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천일염 가격은 20㎏ 한 포대에 1만2천원 선이었는데, 최근 1~2달 새에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이날 오전 기준 2만500원까지 치솟았다.

밑바닥 드러낸 소금 창고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한 소금 창고에서 염부 박형기(65) 씨가 텅텅 빈 창고를 바라보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밑바닥 드러낸 소금 창고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한 소금 창고에서 염부 박형기(65) 씨가 텅텅 빈 창고를 바라보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어민들은 잦은 비에 공급량이 준 데다 올 여름철 비가 많이 연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중간 판매자(유통업자)들이 사재기하며 물량을 풀지 않는 것이 단기간에 소금값이 뛴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인한 소비자 불안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천정부지 오르는 판매가에도 생산 원가는 요지부동이라 폐업하는 소금밭은 되레 늘고 있다.

국내 소금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신안에서만 재작년 1만2천개의 염전이 지난해 850여개까지 줄었고, 올해는 750여개로 감소했다.

줄어든 염전의 자리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채우고 있고, 줄어든 소금 생산량은 값싼 중국산이 메우고 있다.

새하얀 소금 결정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 소금 결정이 맺히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새하얀 소금 결정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 소금 결정이 맺히고 있다. 2023.6.5 (사진=연합뉴스)

염전산업 종사자 A씨는 "동해를 타고 남해, 서해안으로 오염수가 흘러들어오면 누가 천일염을 사 먹겠냐"며 "나 같아도 값싼 중국산 소금 먹겠다"고 억센 말로 현 소금 산업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는 "가격이 상승해도 생산 원가는 그대로라, 어민들은 근심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며 "사재기에 가격상승을 기뻐하기보다는 사재기 이후에 수요감소를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국내 천일염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보호 대책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고 호소했다.

어민들은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염전 가격안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수급을 조절하고 영세 상인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