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팬데믹! 가짜뉴스] 누구든 피해자 될 수 있다…호소할 곳 없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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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팬데믹! 가짜뉴스] 누구든 피해자 될 수 있다…호소할 곳 없는 이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2.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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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기업 매출에 직격탄…소수자 대상 무차별 혐오 가짜뉴스도 봇물
코로나19 가짜뉴스
[연합뉴스TV 제공]

"별생각 없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지난 28일 서울 용산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윤민식(가명·38)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넌더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윤씨는 서울 동작구에서 작은 일식집을 운영했다. 테이블 5개를 둔 작은 식당이었고 코로나19로 손님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럭저럭 밥벌이는 됐다고 했다.

윤씨의 가게가 2020년 어느 날 졸지에 코로나19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기 전까지는 그랬다.

페이스북에 "해당 가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허위 정보가 올라온 후 윤씨의 일상은 달라졌다.

당시 그 일대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재난 문자가 발송되고 맘카페와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유포되면서 이같은 가짜뉴스는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윤씨는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문을 현수막으로 인쇄해 가게 벽면에 붙여놔도 소용이 없었다"며 "누구보다도 가게 위생을 철저히 하고 방역에 신경 썼다고 자부하는데 아무도 내 말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가 다녀간 게 맞냐는 방문객의 확인 전화가 빗발쳐 주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포장 주문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면 코로나 관련 확인 전화였다"고 회상했다.

결국 윤씨는 3년간 영업해오던 가게 문을 닫았다.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당시의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윤씨처럼 가짜뉴스로 몸살을 겪은 상점은 셀 수 없이 많다. 범람하는 허위 정보를 개인이 수습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광주 모 아웃렛의 경우 코로나19 환자가 근무했다는 가짜뉴스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무분별하게 퍼지며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62%가 줄었고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대형마트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빈대 공포'에 유명 택배업체가 피해를 봤다.

물류센터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퍼졌고, 일부 온라인 매체가 이를 인용 보도 형식으로 유통하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해당 업체는 즉각 사실을 부인하며 경찰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인물에 대한 수사 의뢰를 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제로 당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기업의 신뢰도와 매출이 깎이는 문제도 있고 한정된 인력이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가 다소 마비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혐오정서 타고…악의적 가짜뉴스 생성·유포

가짜뉴스의 화살은 특정 업체나 개인이 아닌 집단을 향하기도 한다.

특정인을 비방하려는 의도는 없더라도 혐오 정서를 기반한 허위 사실로 다수의 피해자를 낳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중국인·조선족에 대한 악의적인 가짜뉴스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국내에 1개월 이상 거주한 조선족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로고와 기사 형식을 베껴 생성됐다.

조선족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한다는 '차이나 게이트' 의혹과 코로나19 창궐 당시 조선족 집거지에 대한 갖가지 유언비어가 퍼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4년째 유학을 하고 있다는 조선족 진해옥(29)씨는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각종 루머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정보들이 하나씩 쌓여 우리에 대한 시선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는 특히 "온라인에 퍼진 잘못된 정보를 마구잡이로 기사로 쓰는 언론이 문제"라며 "자극적인 뉴스 제목을 달아 소문을 옮기며 '아니면 그만'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현상은 여성, 노인, 성소수자, 난민 등을 가리지 않고 확장·변주된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입국했을 당시엔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이 난민들의 범행이라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온라인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가짜뉴스는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더라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연합뉴스TV 제공]

◇ 유튜브와 함께 크는 가짜뉴스…연예계가 주 타깃

최근에는 유튜브 조회수를 노려 가짜뉴스를 생성·유포하는 경우도 잦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희소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악의적 유튜브 발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영상은 자극적인 섬네일과 제목으로 이목을 끌며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얻었다.

이 밖에도 김연아-고우림 이혼설, 원로배우 박근형 사망설, 유명 아이돌 가수의 마약 투약설 등 대중의 관심이 높은 연예계 스타들이 근거 없는 소문의 표적지가 되곤 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는 금방 바로잡히지만,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절차도 까다로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는 "온라인 활동이 주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권위 있는 독립 위원회에서 진실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민사적 제재를 가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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