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30% 보호지역 설정해야 하는데 그린벨트 해제…'정책 충돌'
상태바
국토 30% 보호지역 설정해야 하는데 그린벨트 해제…'정책 충돌'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3.03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년까지 '지구 30% 이상' 보호지역으로 확대키로 국제 협약
'법정 보호지 아닌 보호지' 중요한데…그린벨트가 핵심 후보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PG)
합성사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완화 정책이 환경을 위한 보호지역을 국토의 30%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움직임과 상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재작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30년까지 지구의 30% 이상을 보호지역이나 OECM(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OECM은 국립공원과 같이 법령상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장기간 이바지하면서 관리되는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사찰이 소유한 숲(사찰림)이다.

사찰의 경치와 운치를 보전하고 사찰에 필요한 임산물을 확보하기 위한 사찰림은 관리주체가 명확하고 개발될 여지가 적어 OECM에 부합한다고 평가된다.

앞으로 보호지역 확대는 OECM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립공원과 같은 법정 보호지역은 지정되면 강한 개발규제가 부과돼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육상 보호지역은 1만7천505㎢로 국토의 17.5%에 그쳐 30%를 맞추려면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는 국립공원공단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OECM 기준을 수립하고 후보지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OECM 관련 작업의 진전이 더뎌 올해는 속도를 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보호지역 확대 로드맵'에 '주요 OECM 검토 대상'이란 이름으로 잠재 후보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전에 거론되던 그린벨트와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빠져 눈길을 끌었다.

그린벨트는 '도시가 무질서하게 외곽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지정되는 국토계획법상 구역으로 OECM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니 후보지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국토부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달리 학계에서는 그린벨트를 OECM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해 8월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자연환경 전문가 61명 설문조사에서 그린벨트는 자연환경국민신탁 보전재산과 보전협약지, 세계자연유산 완충구역, 사찰림 등과 함께 OECM에 부합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설문조사에서 평가가 이뤄진 28개 지역은 대체로 OECM에 부합했는데 그린벨트는 부합도 점수가 5.63점으로 5번째로 높아 보다 잘 부합하는 지역에 해당했다.

문제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가 쉽도록 규제를 완화해 그린벨트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폭 해제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린벨트라고 무조건 OECM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생물다양성이나 생태계 보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그린벨트도 있고 이를 OECM에 포함한다면 오히려 눈속임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정부는 환경적 보전 가치가 높아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환경평가 1등급과 2등급 그린벨트도 해제도 전면 허용하기로 한 상태다.

환경평가 1·2등급 그린벨트는 OECM에 잘 부합하는 지역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체 그린벨트(3천793㎢) 가운데 환경평가 1·2등급지가 80%를 차지한다.

'지역경제 활력 제고' 등 정부가 원하는 그린벨트 해제 효과를 보려면 1·2등급지 해제가 불가피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래픽] 그린벨트 지정 현황
정부가 21일 발표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혁신안'에 따라 비수도권 그린벨트가 대폭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벨트는 1990년대 말 이후 국민임대주택 공급, 보금자리주택 사업,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한 해제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7대 광역도시권 내 3천793㎢가 남아있다.

정부는 환경적 보전가치를 고려해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면적만큼 신규 지정을 하기로 했지만, 면적만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환경 측면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평가 1·2등급 그린벨트 해제 허용은 국가·지역전략사업을 명분으로 난개발의 문을 열어준 것"이라면서 "단순히 해제된 면적만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그린워싱'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과정에서 환경이 우선시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특히 최근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라는 명목으로 OECM 등을 담당하는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에 국토부 국토정책관이 임명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국토를 이용·개발하려는 입장에서 일해온 국토부 관료가 개발압력에 맞서 자연과 환경을 보전하자는 입장을 관철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장관은 "하나의 핵심 어젠다를 놓고 두 부처가 함께 해결하기 위한 인사교류"라면서 "(두 부처가 만들어 낸) 해법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