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격노라니,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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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격노라니, 어째서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05.0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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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소환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2024.5.4 (사진=연합뉴스) 

요즘 '격노'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사전을 검색해 봤습니다.

몹시 분하고 노여운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미성숙한 어른에게서 좌절감의 결과로서 생기는 감정의 폭발 또는 폭력 행위라고 합니다.

순간, '아~ 이런 뜻이었다고'하는 탄식과 함께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채상병 순직 사건을 다시 한번 되새겨봤습니다.

채상병은 지난해 수해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에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사건 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박 단장은 채 상병이 소속된 관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보고를 받은 뒤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수사단은 이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오히려 박 대령을 항명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보직 해임까지 했습니다.

호떡이 뒤집어지듯, 입장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항명이냐, 수사 외압이냐의 다툼이 되고 말았습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을 검찰단은 경찰에서 조사하도록 서류를 넘기려는데, 대통령이 격노해서 넘기지 않아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니.

이게 격노할 일인지 잠깐 생각에 잠겨봤습니다.

참 어이가 없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대통령은 한 군인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고 격노했다는 겁니다.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일입니다.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 급물살에 들어가게 해 사망했는데 '이런 일'이라고.

그럼 이런 유사한 일이 또 발생해도 사실을 확인하는 수사도 하지 말란 얘긴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한 출마자는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해 언론에서 뻑하면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표현이 왜 나오느냐고.

그러면서 격노할 사람은 국민인데, 대통령이 격노한다고 보도가 되면 국민이 좋겠냐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격노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대통령이 왜 뻑하면 격노를 한 건지 일반 국민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전의 의미에 해당하는 미성숙한 어른에게서 나오는 좌절감? 이건 아닐 테고.

여기서 채상병 문제가 대통령이 격노할 일이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격노는 어떨 때 할까요. 어떤 때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요.

장관이든 사령관이든 소신껏 일하게 하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으면 될 일을.

그랬더라면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했으면 될 일을.

답답한 일입니다. 어느 누가 책임감을 갖고 소신껏 나랏일을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나라가 시끄러울 일로 시끄러워야지, 참 할 말을 잃게 합니다.

대한민국, 언제나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사라진 평온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지.

국민 마음은 날마다 심란하기만 합니다.

이 풍진세상, 한숨만 나옵니다.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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