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모, 조선시대 임금의 아내나 임금의 어머니를 이르던 말입니다.
사극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 들었던 존칭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왕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한 나라를 지배했던 군주제 사회였을 땐, 왕은 나라의 아버지란 의미의 '국부'라 하고 그 아내인 왕비는 '국모'라고 불렸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나라에서 잘 쓰이지 않는 존칭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권위주의가 심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아부하려는 정치인들이 영부인을 국모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가까운 나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아내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중국인들은 국모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국민의힘 한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국모라고 칭해 여야 모두에게 지나치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아부, 아첨이 너무 심했는지 지난 22대 총선 공천 경선에서 탈락했습니다.
허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손바닥에 새긴 '王'자를 생각해보면 국모가 맞는 것도 같습니다만.
암튼 이 글에서는 여사, 영부인이란 호칭보다는 국모로 지칭하는 게 불편해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대통령은 며칠 전 검찰총장 임기가 4개월 여 남은 싯점에서 기습적으로 검사장을 싹 갈아치웠습니다.
검찰총장이 국모에 대해 '엄정 수사'를 얘기하자 조사 자체를 미궁에 빠뜨리려는 꼼수로 보입니다.
정신 못 차린 여당은 여기에다가도 숟가락을 얹고, 국모 수사와 검찰 인사를 연결시키는 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허튼소리를 했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해나 의심을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검사장의 싹쓸이 인사를 왜 하필,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본격화되려는 찰나에 하냐는 거지요.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 뒤, 민심에 다가가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위기의 이 나라를 어떻게 구해 낼 것인지에 대한 노력과 비전은 보여주지 않고 생난리만 칩니다.
오로지 구중궁궐 비리 의혹만 덮어버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왕과 국모,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겁니까.
대통령이라는 권한을 마구잡이 권력으로 휘두르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국모라는 분의 모습은 쉽사리 볼 수 없을 듯합니다.
보고 싶은 국민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실은 여사든 국모든 국가와 사회에 귀감이 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왕 뒤에 숨지만 말고 왕의 허벅지 그만 꼬집고 조사에 스스로 나서 왕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세상에 나오기 바랍니다.
자신이 만든 업보니까 일련의 과정을 이겨내는 결자해지를 해야 합니다.
국모라는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2년이 넘게 격랑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대통령 부인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길뿐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 봉축사에서 '극락 세상도 자신이 괴로우면 지옥'이 된다고 했습니다.
내 이웃의 고통을 편안하게 할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국모여, 부디 자업자득 가시밭길 사뿐히 즈려밟고 나오시옵소서.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토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