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도 없네요"…때 이른 폭염에 전국 곳곳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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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도 없네요"…때 이른 폭염에 전국 곳곳 '신음'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6.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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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울산·경북·경남 이어 경기·전남에도 추가 폭염 특보…강릉 첫 열대야
농민들은 작물 살리기 분투…어르신들은 무더위 쉼터로
'분수야 언제 나오니'
폭염특보가 발효된 11일 대구 서구 평리공원에서 한 시민이 더위를 식혀줄 바닥 분수가 가동되길 기다리고 있다. 2024.6.11 (사진=연합뉴스)

"어제는 그나마 바람이라도 불었는데 오늘은 그조차 없네요."

11일 경남 밀양 영남루에서 만난 70대 시민이 연신 부채질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에 이어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대구와 울산 서부, 경북 영천·경산·청도·경주, 경남 김해·창녕 등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데 이어 이날은 경기 용인과 전남 담양·곡성에 폭염주의보가 추가로 내려졌다.

강릉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기록하며 올해 전국 첫 열대야가 찾아왔다.

올해 전국 첫 열대야는 지난해(6월 16일)보다 6일 빨랐다.

예상보다 이른 열대야에 강릉 시민들은 밤에도 창문을 다 열어놓거나 에어컨을 틀고 잠을 청했다.

무더위에도 미룰 수 없는 밭일
11일 대구와 경북 경산, 영천, 청도, 경주에 폭염주의보가 이틀째 내려진 가운데 경산시 남방동 한 밭에서 60대 농민이 고추와 오이 등 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2024.6.11 (사진=연합뉴스)

대구와 경북 경산의 이날 낮 최고기온(오후 4시 기준)은 각각 34.5도, 34.5도를 기록했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농민들은 작물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밭에 물을 주던 60대 농민 강모 씨는 "지금 물을 주지 않으면 고추랑 오이, 상추가 다 말라 죽는다"며 "비가 오기 전까지 작물에 숨을 붙여놓기 위해 응급처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굵은 땀방울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생계가 달린 일이라 날씨가 더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평소에도 새벽부터 나오는데 오늘은 조금 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농민 70대 손모 씨는 머리에 두른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낮에는 더위 때문에 밭일을 할 수가 없으니 새벽 4∼5시에 나왔다"며 "얼음물하고 간식 챙겨와서 먹고 있다"고 했다.

양산 손에 들고
1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학생들이 양산을 쓴 채 걷고 있다.
이날 경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2024.6.10 (사진=연합뉴스)

도심에서는 시민들이 양산이나 손풍기, 부채 등을 들고 걷거나 그늘막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대전천변 버드나무 그늘막에서 쉬고 있던 김대환(65) 씨는 "점심 먹고 날씨가 너무 더워졌길래 그늘져 있는 이곳으로 나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며 부채질했다.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에서 만난 30대 이 모 씨는 한 손에 양산을 펼쳐 든 채 "커피를 사러 잠깐 나왔는데도 양산을 챙겼다"며 "햇볕을 가리지 않고서는 길을 못 걸어 다닐 정도"라고 힘들어했다.

광주 비엔날레 광장에서는 어린이들이 바닥 분수대에서 무더위를 식혔다.

어린이들은 음악에 맞춰 공중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안에 들어가 물장구치며 놀았다.

분수대에서 광장 인도까지 흘러나온 물은 폭염으로 삽시간에 증발했고, 차도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폭염주의보' 대구는 더워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네 곳곳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에서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경기 용인시의 원촌경로당에는 어르신 10여 명이 모여 더위를 식혔고, 한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에도 평소보다 많은 어르신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평소엔 선풍기만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켰다"며 "더워서인지 오늘 더 많은 회원이 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더위를 쫓기 위해 주로 시원한 음식을 찾았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70대 업주는 "저번 주까지는 따뜻한 음료도 많이 나갔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오늘은 손님들이 냉커피만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평소에는 점심에 주로 고기불백과 소불고기 정식 등이 잘 팔리는데, 오늘은 냉면이 가장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해수욕장에는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바닷바람을 쐬며 초여름 정취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이달 초부터 부분 개장한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튜브를 타고 파도타기를 하거나 바다 수영을 즐겼고, 손에 신발을 든 채 맨발 걷기를 하기도 했다.

백사장에는 태닝을 하는 외국인들이 몰렸고, 엎드려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가족이나 연인들도 많았다.

해운대 해수욕장 물놀이
한낮 최고 기온이 29도까지 오르며 한여름 같은 날씨를 보인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6.11 (사진=연합뉴스)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 동물원도 여름나기에 나섰다.

청주동물원의 동물들은 방사장을 거닐기보다는 차광막 아래 그늘이나 선풍기가 틀어진 내실에만 머물렀다.

이 동물원의 한 사육사는 "날씨가 더워지면 동물들도 밖으로 나오거나 움직이는 것을 꺼린다"며 "오늘처럼 더울 땐 방문객들이 방사장에 나온 동물들을 마음껏 보지 못해 많이들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들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반달가슴곰과 원숭이에게 시원한 수박을, 사자에게 냉장 닭과 소고기를 급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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