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동교동계라 자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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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동교동계라 자처하지 말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08.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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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사저 앞에서 문 대통령과 대화하는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의1.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주소입니다.

이 사저는 DJ의 정치적 고난과 영광을 품어왔던 곳입니다.

'안방정치'의 대표적 장소 중 하나로 한국 현대정치사에서는 빼놓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말 DJ 동교동 사저가 팔린 것으로 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 건축업자들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사람의 제보도 잇따랐습니다.

소름이 돋는 이 소식은 동교동계 인사들한테도 전해졌습니다.

이 사저는 2019년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면서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사저 소유권을 가진 3남 김홍걸 전 의원 사이에 분쟁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이 여사는 유언장에 동교동 사저는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재산 분할도 3형제에게 균등하게 나누라고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 여사의 유일한 친자인 김홍걸 전 의원이 민법상 친아들인 자신이 유일한 법적 상속인이라며 이 여사의 유언을 무시하고 분쟁을 일으켰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들도 재산 다툼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훌륭하신 두 분도 자식 농사는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김홍걸 전 의원이 이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일자 언론에 나와 믿을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사저를 문화재지정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방도를 찾아봤으나 규정에 맞지 않아 안 돼 민간기념관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사람에게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17억원의 상속세 문제랍니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김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과 이 문제로 상의를 드렸는데 권 이사장은 '알아서 잘 정리하라'고 했고, 정치권에서는 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전후를 불문하고 김 전 의원은 DJ 사저를 공적 공간으로 활용할 의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DJ 사저 문제가 세상에 불거지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나서면서 별소리를 다 해댑니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상합니다.

진즉부터 나서 수습을 해야 할 문제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 듣고도 못들은 채, 알고도 모르는 채 해놓고 이제야 씨부립니다.

사재를 털겠다. 국비로 공공화하자. 사저를 회수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미래가 사저 매각에 대해 'DJ 지우기'라고 규정하자 민주당은 적통경쟁을 하듯 마지못해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한국 야당 정치사의 산실로 수많은 정치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드나들며 수많은 역사가 만들어졌던 역사적 현장인데.

DJ를 등에 업고 정치를 직업으로 살아온 동교동계라는 위정자들이 이 눈치 저 눈치보면서 발만 슬쩍 걸쳐놓을 심보라면 동교동계를 자처하지 말아야 합니다.

DJ와 이 여사의 유지도 받들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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