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폭염 속에서 민생고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짜여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한국은 특히 양궁과 펜싱, 사격에서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아쉬운 경기도 많았고 얻은 것이 있는 반면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셔틀콕의 여왕'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미래 체육계에 건강한 처방전을 내놓았습니다.
22살의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는 국가에 이바지하고도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 국위선양을 했다고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선배답지도 지도자답지도 못하고 어른답지 못한 호들갑에 국민은 어리둥절합니다.
배드민턴협회장은 보도자료를 내야한다며 공항에서부터 호들갑을 떨더니 할 수 있는 만큼 지원했다면서 눈높이가 다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협회는 안세영이 손흥민과 김연아에 맞춰진 눈높이가 기준이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부상 투혼으로 28년 만에 금메달을 국민에게 안긴 안 선수에게 너무도 가혹한 공격입니다.
다른 종목, 다른 선수들을 비교해서 인격을 깎아내리다니, 인격마저 의심스럽습니다.
이 정도로 포용력이 없는 협회가 선수를 관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여자 탁구 단체팀은 동메달을 딴 후 협회와 선수의 훈훈한 모습에 안 선수의 모습이 반사돼 씁쓸했습니다.
삐약이 신유빈 선수와 감독, 선수 출신 유승민 탁구협회장이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픈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탁구협회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선수와 감독은 고마워하면서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양궁협회와 몇 가지를 비교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양궁협회 임원은 28명인데 반해 배드민턴협회 임원은 40명이나 됩니다.
배드민턴은 동호회도 많아 대중성이 높아 그럴 수도 있다고도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명의 임원들은 스폰서십을 늘리는 등 선수 지원을 확대하지 못했습니다.
명함만 갖고 다니면서 으스대기만 했거나 무능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예산도 효율적으로 썼다고 하지만 따지고 들면 협회 임원들은 쥐구멍을 찾아야 할 처지입니다.
협회의 규정을 해석하자면 하란 대로 하지 않으면, 지시를 어기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겁니다.
이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니, 겁박 내지는 협박으로 들립니다.
국민은 무릎 부상을 안고 뛰는 안 선수의 모습에 눈물이 다 났습니다.
안 선수는 올림픽 전 선수촌에서 무릎 부상을 둘러싼 전후 사정에 남모를 아픔이 있다는 듯한 미묘한 뉘앙스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안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후 작심발언을 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 선수는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체계적이지 못한 대표팀 시스템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안 선수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지 않은 파릇파릇한 청춘입니다.
안세영은 부상 관리뿐 아니라 대표팀 훈련과 운영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국가대표 개인 후원과 신인선수 연봉 관련 규정 등을 두루 지적했습니다.
이쯤되면 협회는 방패를 내려놓고 안 선수의 생각을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거짓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협회를 넘어 체육계 전체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 선수는 입국하면서도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안 선수는 자신의 발언으로 다른 선수들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려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덮어져 버리게 됐다고 미안해했습니다.
안 선수는 올림픽이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받은 후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발칵 뒤집힌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의 제도 관련 문제, 보조금 집행과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며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감사원, 국민권익위 출신 인사로 포진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배드민턴협회도 자체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면서도 부상 관리가 소홀했다는 주장 등엔 반박을 했습니다.
벌써부터 분위기가 법적 다툼으로까지 갈 것 같아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도 군인의 경우도 명령 복종 범위를 '상관의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배드민턴협회는 지도자의 모든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은 시대착오적이자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궁협회의 경우 선수의 의무에 대해 '경기력 향상과 관련한 지시사항 이행', '정당한 인권 및 안전 보호를 위한 지시사항 이행'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고 안 선수의 입만 열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입니다.
협회는 안 선수의 주장을 반박하며 싸우려 든다면 파멸밖에 없습니다.
안 선수의 공식 입장을 문체부, 대한체육회, 배드민턴협회는 새겨듣고 한 단계 발전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알량한 어른이라고 "협회 말 들어, 규정대로 하면 되지 뭔 말이 많아~"라고 한다면 미래는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청춘의 의견을 새겨듣고 존중해야 합니다.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