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아파도 다쳐도 안 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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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아파도 다쳐도 안 되는 나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08.2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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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뺑뺑이 대책촉구 기자회견 하는 전공노 소방본부 관계자들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23 (사진=연합뉴스)

다른 나라로부터 의료 선진국이라는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아프거나 다치면 안 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최근 오른쪽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채 한 방송에 출연해 작금의 의료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진행자가 이마의 상처를 묻자 새벽에 잘못하다가 넘어져 이마가 깨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119가 와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을 응급실에 데려가려고 22곳에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줬다고 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 어렵게 찾은 응급실에서 이마 8㎝ 남짓을 꿰맸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대란이 와 우리나라 의료체제에 적잖은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체제가 무너지면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과연 의료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자기가 모르는 걸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려고 하니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이면서 작가로 잘 알려진 남궁 응급의학과 교수는 서울의 모든 권역응급센터 의사가 한 명도 없거나 있는 곳은 딸랑 한 명뿐이라고 했습니다.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야간에는 중증 환자를 사실상 혼자서 진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료 체계는 '시한폭탄'이라고 했습니다.

아득바득 막아내는 자신의 존재가 시한폭탄을 그대로 증명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다쳐도 치료할 곳이 없기 때문에 팔과 다리가 터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프거나 다치면 안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7개월째 이어지는 의료대란에 국민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정부는 의대 정원 얘기만 합니다.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의료계 위기를 돌파해야 할 텐데 밀어붙이기만 합니다.

대통령의 욕심 때문입니다.

임기 초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 보여주기식, 검사식 밀어붙이기로 의료계가 황폐화되고 말았습니다.

의대 증원은 대학 시설 등 여러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고 의료계는 말해도 검사가 피의자의 말을 무시하듯 시끄럽다는 식으로 밀어붙입니다.

질러놓고 보자는 검찰정부의 아니든 말든 밀어붙이기입니다.

지금의 정부는 대화나 타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다고 해봐야 듣는 척만하는 형식적일 뿐입니다.

물론 의료계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분야별 의료 생태계를 진즉 수평적으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사람을 구하는 인술이 아닌 돈을 버는 상술이 돼 의료계가 균형을 잃고 국민에게 예전 같은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의료계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끄떡하면 휴식처를 찾듯 병원에 달려가 약을 오남용하는 일부 극성 국민의 영향도 큽니다.

과음을 하고 탈이 나도 응급실을 찾습니다. 감기만 걸려도 대형병원으로 달려갑니다.

놀이 공간도 아닌데 1년에 365회 이상 병원을 찾는 국민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중환자나 크게 다친 환자가 긴급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한답니다.

보험수가를 올린다고 하지만 처방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지쳐서 참다못한 간호사들이 하루 빨리 진료 정상화를 해야한다며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에 인력을 갈아 넣어 버텨온 이들의 절실한 외침입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의료계 붕괴에 대한 말이 없습니다.

이 사태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저질러 놓고, 어쩌자는 것인지.

답은 하나밖에 없는 듯합니다.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아야 하는 수밖에.

아프면 안 되는 나라가 된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해결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국민을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쯤되니 대통령이 조만간 국민연금을 필두로 노동·교육·의료·저출생까지 '4+1 개혁성과' 대국민 설명을 한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어 무슨 개혁성과를 이야기 한다는 건지.

위기의 의료계 사태를 두루뭉술하게 듣기 애매한 말잔치로 둘러대려는가 봅니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답답하지만 답은 오로지 한 가지뿐입니다.

국민 스스로 어떤 방법으로라도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아야 합니다.

의료대란은 발등의 불입니다.

의료 현장의 혼선이 과도기적 상황이 아니라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것 같아 세상이 무섭습니다.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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