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여야 대표가 11년 만의 회담으로 '협치' 물꼬를 튼 지 하루 만에 계엄 준비설과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문제로 여야가 연일 들소처럼 들이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계엄 가능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최근 수도방위사령관과 육군특수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는데, 계엄 준비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짓 선동을 한다고 발끈했습니다.
어째 이상합니다. 계엄의 '계'자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면 될 일을.
충분히 수상하다는 오해 받을만 한 답변이었습니다.
한남동이란 공관에서 군 수뇌부가 모여서 무슨 작당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물으면, 딱 잘라 아니라고 했다면 하루가 멀다하고 일파만파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을.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다를 바가 아닙니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어렵게 성사된 양당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굳이 해야 할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법 앞에 평등한 나라라면 야당에서 계엄에 대한 얘기도 꺼내지 않았을 것.
현 정부의 장관이나 여당 의원들은 입만 열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내뱉습니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를 전쟁하듯 하고 있습니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면 김건희 여사의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많은 사건의 수사는 왜 하는둥 마는둥 하는지.
대통령은 자신도 검사 시절에 전 영부인을 멀리까지 찾아가 조사했다며 김 여사의 셀프 조사와 비빔밥처럼 비벼 뭉개버리려는 발언, 정말 역겹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가 검찰총장 모르게 검사들을 몰래 불러 휴대폰도 빼앗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조사 끝'이라고 하는 게 정상적이란 말인지.
이게 평등입니까. 상식에 맞습니까. 공정합니까.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70대 노모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건과 관계도 없는 문 전 대통령 초등학생 손자의 아이패드를 압수한 뒤 7개월째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지.
최소한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 이 상황은 수사가 아니라 스토킹입니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그 책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겁니다.
환자가 갈 곳을 잃고 세상이 난리판인데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에 용쓰지 말고 병원 응급실 붕괴 대책 마련에나 골머리를 앓기 바랍니다.
정부는 어떤 일만 생겨도 전 정부 탓이나 옛날부터 그랬다고 억지를 씁니다.
의료 대란 수습에 몰두해야 할 시기에 정부는 중증 응급 진료 제한은 오래된 문제라고 핑계를 댑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러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 숨쉬기조차 어려울 지경입니다.
다가오는 한가위 추석 명절이 반갑기는커녕 두렵기까지 합니다.
정부는 거의 대부분의 응급실이 문을 열고 있고, 추석 때도 다를 바가 없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문을 연 응급실이 있더라도 의사가 없는데, 의사 없는 응급실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지.
정부는 응급실 운영 차질의 원인으로 올 초 전공의 집단 사직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의사들이 왜 집단으로 사직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말인지?!
그러면서 부족한 자리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몇명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거대한 댐의 둑이 터졌는데 삽 한두 개 들고 막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응급실 운영을 부분 중단하거나 주간에만 운영하겠다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암흑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민생이 훌쩍거리며 울지 않고 사는 세상은 없는 건가요.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국민 마음~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