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틈만 나면 5·18 흔드는 이 풍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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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틈만 나면 5·18 흔드는 이 풍진 세상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10.17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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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그리움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최은홍 열사의 어머니 이금순(83)씨가 오열하고 있다. 2023.5.17 (사진=연합뉴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1920년대 어려움을 한탄하며 불렀던 대중가요 '희망가' 가사 일부입니다.

하루하루가 마음 편할 날 없는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이런 와중에 숭고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망발이 또 나와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어디서 들어본 귀에 좀 익숙한 말입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을 투입해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이 5·18 얘기만 나오면 내뱉은 말입니다.

시민을 무참하게 학살한 전두환의 이 웃지 못할 말을 생각하면 할 말을 잊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광주 전남 시도민들이 군사독재 통치를 반대하며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면서 벌인 민주화운동입니다.

전두환이 이때 군인들을 투입시켜 시도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나라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상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국군방첩사령부가 군 보안·방첩·수사 부대의 역사 계승이란 핑계로 전두환의 사진을 사령부 복도에 다시 걸었다고 합니다.

사진을 건 액자와 못이 아깝습니다.

민주당 한 의원이 내란과 군사 반란죄로 대통령직까지 박탈당한 죄인의 사진을 뭐가 자랑스럽다고 다시 걸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을 진영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될 일입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또다시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습니다.

과거사를 정리하는 자리에 있는 이 사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닌 5·18 북한 개입설을 또 꺼내 들다니.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 망언을 내뱉은 아가리에 재갈을 물려야 할 것 같습니다.

5·18의 아픔을 겪은 광주는 1987년 6월에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던 '6월민주항쟁'과 1960년 대선을 앞두고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해 지역 고교생들이 주도한 '대구 2·28 민주운동'과 민주연대 협력을 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윤 대통령은 정권 초기에 광주를 드나들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습니다.

보훈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를 하고 난리법석을 떨더니 이젠 생소한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5·18의 아픔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5·18민주화운동이 다시 주목받게 되니 전두환 잔재들이 배가 아픈 건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윤 정부의 역사 왜곡, 헌법정신 부정은 국민들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언제까지 비틀고 우겨서 감당할 수 있을런지.

올해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의 정치성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해, 피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5·18을 삶의 상처로 승화시켰습니다.

2009년 1월 용산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며 '저건 광주잖아'라고 한 에필로그, 죽은 열여섯 살 소년 동호가 엄마에게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라고 한 부분은 국가폭력의 구조와 가해자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폭력 앞에서도 숭고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임을 강조했습니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부른 노래 '어떤이의 꿈'을 소환하고 마칩니다.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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