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 북구 비엔날레 재단 건물 3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이 같이 답변했다.
이 대표는 "비평가로 보면 걸려야 한다. 이 작품이 문제가 많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치열한 예술가의 표현과 국가원수에 대한 풍자 그 자치가 금기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개발의 시기나 군부독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 스스로 자기 검열에 익숙하다"며 "그래서 예술적 표현에 제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홍 작가의 작품에서 (박 대통령의 얼굴이) 닭으로 변경됐고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면 전시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경영인 입장에서 보면 이 작품의 전시 여부를 즉각 결정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전시하면 안된다는 게 아니라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광주비엔날레 대표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고민이 국비나 시비 지원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그런 것들이)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한 예술가의 작품 표현의 문제를 설명할 때 들어야 할 사항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국가원수에 대한 풍자가 예술적 표현으로 등장할 때마다 그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은 사실상 도탄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예외 없이 '검열'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결과는 거의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로 끝난다"며 "이번 사태가 던져준 쟁점들은 대한민국 문화생산 현장에서 앞으로도 제기될 것이다. (홍 작가의 작품 전시를 결정하기 위반) 대토론회가 필요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홍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 전시유보로 인해 광주비엔날레가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위기가 중요한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광주비엔날레가 20년 성년을 맞아 치르는 성장통이다"고 했다.
그는 "비엔날레는 문제를 전시하는 곳이다"며 "'정답'이 아닌 '좋은 답'이나 '명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갈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이고 냉철한 사고, 예술가의 치열한 예술언어에 대한 존중이 성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퇴 결정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의 '압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순전히 제 자신의 결정이다"면서 "다만 문광부측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고 국회에서 자료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터전을 불태우라'를 주제로 한 올해 비엔날레가 개막하는 다음달 5일까지는 자리를 지키며 업무를 보기로 했다. 이 대표는 개막 직후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