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금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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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금전쟁 중?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3.08.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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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호 편집국장
맞벌이·혼인 여부 등 가구 또는 상황별로 정확한 세수 추계가 이뤄지지 상황에서 세금 부담 기준선을 연봉 345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더라도 저소득 근로자의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검토 중인 세법 수정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납세자연맹은 "정부 발표와는 달리 시뮬레이션 결과 저 연봉을 받는 독신과 맞벌이부부 여성 근로자의 세 부담은 커졌고, 고 연봉자의 증세액은 과소평가됐다"면서 "정부가 세수 추계를 대충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연봉별, 맞벌이 여부, 독신자 등 상황별로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정확한 증세효과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이어 "정부와 여당이 개선책으로 검토 중인 기준점 상향 조정도 술수다"면서 "세수추계의 근거와 상세내역을 공개하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전환을 유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은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세금 정책은 비겁하다.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정정당당하게 증세(增稅)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입술을 보세요. 더 이상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 1988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는 이 한마디로 간단히 상대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때문에 그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4년 후 재선에 실패했다. 선거참모들의 달콤한 아이디어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것이다. 54년 만에 집권했던 일본 민주당이 자민당에 정권을 금방 빼앗긴 이유 중 하나도 소비세율 인상 추진이었다.

세금은 이렇듯 정치변동과 밀접하다. 미국 독립에 불을 댕긴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의 동인도회사 차 수입독점 사업에서 시작됐고, 프랑스혁명도 증세를 위한 3부회의 소집에서 비롯됐다.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 백골징포와 일제의 횡포를 경험한 데다 6·25 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벼 낟알을 세는 인민군까지 겪은 탓에 ‘세금=수탈’ 인식이 강하다. 복지를 화두로 내세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증세를 공약한 주요 후보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뿐인데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라 했고, 아인슈타인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라 했으며, 베스파시아누스는 “오줌에 부과한 세금이라도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등의 명언이 즐비하다.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지배권력과 경제번영’에서 세금 징수자를 왕과 도적에 비유하면서 이를 정주형(定住型) 조폭과 유랑형(流浪型) 조폭에 빗대 설명했다. 정주형은 장사가 잘 되도록 보살피면서 수익을 오래 가져가지만, 유랑형은 재생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금도 현명하게 걷어야 한다. 복지에는 증세가 필요한데 돈 문제에 고분고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랏빚은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이클 블룸버그는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서비스를 원한다면 누군가가 내야 하는 필요악이 곧 세금”이라고 했다.

문제는 거둘 돈은 적고 쓸 데는 많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는 숨긴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선거판에서 여야 모두 목청껏 복지를 외쳤던 만큼 이젠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걸 터놓고 의논해야 한다. 무조건 연봉 얼마 이상은 이만큼 더 내라는 식은 조세저항만 불러올 뿐이다. 생 텍쥐페리는 “배를 짓고 싶으면 북을 울려 사람을 모으고 연장을 나눠주라. 배를 짓도록 강요하지 말고 다만 먼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일깨우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지 나흘만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했다. 돈과 직결되는 문제일 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걸 지금에라도 깊이 깨우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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