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말과 글] 일본어 한자의 음독(音読)과 훈독(訓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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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과 글] 일본어 한자의 음독(音読)과 훈독(訓読)
  • 지경래 위원
  • 승인 2014.08.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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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경래 / 사단법인 빛고을정책연구센터 이사
1. 머리말
먼 옛날 한자가 일본에 전파될 무렵에는 중국어의 발음도 동시에 전해졌다. 말 또한 오늘날의 영어처럼 중국에서 쓰고 있는 현지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려고 애 썼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한자를 중국식 음으로 읽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다가 나라가 다르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본 나름의 언어 환경이 형성되면서 한자를 읽는 습관도 중국식 음독(音読)에서 일본식 음독으로 변해 가고 다양해졌다. 동시에 일본 특유의 전통적 토박이말을 한자로 읽는 훈독(訓読[새김/뜻/의미])이라는 습성이 생겨 난다. 우리나라 역시 그 당시 한자를 읽을 때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식 음으로 읽는 음독(音読)과 우리의 전통적인 토박이말로 읽는 훈독(訓読[새김/뜻/의미])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일본한자의 음독과 훈독의 특이한 점을 가지고 우리의 한자 읽기와 대조해 가기로 한다.

2. 음독과 훈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음독(音読)이란, 말 그대로 한자를 읽을 때 음(소리)으로 읽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훈독은, 한자를 읽을 때 한문의 훈(새김/뜻/의미)을 새기어 말이나 글의 뜻(의미)을 알기 쉽게 풀이하여 읽는 것을 이른다. 다음에서 일본인의 한자를 음독으로 읽는 그 예를 보기로 하자, 『山』이라는 한자를「산〔san〕」으로,『水』라는 한자는「스이〔sui〕」로,『朝』라는 한자를「조〔cho〕」로,『雨』라는 한자는「우〔u〕」로, 『空』라는 한자를「구〔kū〕」라 읽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읽는 것은 일본식 음독(音読)이다. 또 한자가 일본에 전래되기 전부터 일본에는 일상 생활에서 쓰는 일본 고유의 말(토박이말)이 있었다. 이 일본 토박이말에다 중국에서 빌려온 한자를 여기에 부합(附合)시켜서 읽는 습관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山』이라는 한자를「야마[yama]」로,『水』이라는 한자를「미즈[mizu]」로,『朝』라는 한자는「아사[asa]」로,『雨』라는 한자는「아메[ame]」로,『空』라는 한자는「소라[sora]」와 같이, 일본 토박이말에다 한자를 붙여 일본의 훈(뜻/의미)으로 읽고 있다. 이렇게 읽는 것은 일본식 훈독(訓読)이다.

3. 한자의 음독과 훈독하는 방식이 일본은 우리와 다르다
음독(音.소리)과 훈독(訓.새김/뜻/의미)은 본래 중국의 한자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 사람에게 한자를 써놓고 읽어보라 하면, 훈(훈독)[새김/뜻/의미]은 머리 속에 담아둔 채 음(음독)으로만 읽고 쓰고 기록한다. 한국사람에게 ‘天’이라는 한자를 읽어보라 하면 ‘하늘, 천’의 뜻인 ‘하늘’은 머릿속에 담아 두고, ‘천’이라는 음만을 가지고 쓰거나 말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 사람은 중국이나 한국처럼 훈(새김/뜻/의미)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음만으로 읽거나 쓰지 않는다. 음(음독)과 훈(훈독) 이 두 가지를 필요에 따라 발음하고 기록한다. 예를 들면, 일본인이 ‘人’ 라는 한자를 ‘닝/징[nin/jin〕’이라고 발음하면 음이고,「히토〔hito〕」라고 말하면 훈(새김/뜻/의미)이라는 일본 고유어(토박이말)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한자에다 훈(새김/뜻/의미)을 부합시켜 직접 한자로 또는 일본문자 가나(仮名)로 읽고 쓰고 표현한다. 몇 가지 예를 보자.
「人形」을 우리는 ‘인형’이라 발음한다. 이것을 일본인은 ‘닝교’라고 일본식 음(음독)으로 읽는다. 그리고 이「人形」을‘히토가타’라는 훈독(새김/뜻/의미)의 일본 고유어(토박이말)로도 읽는다. 또「人跡」라는 한자어를 우리는‘인적’이라고 읽지만 일본인은‘징세키’라고 일본식으로 음독한다. 동시에 이것을‘히토아토’라는 훈독(새김/뜻/의미)의 일본 고유어(토박이말)로도 읽는다. 이 점이 음만을 쓰고 읽고 기록하는 한국과 중국과는 다른 점이라 하겠다.

4. 일본의 상용한자
일본은 그 많고 복잡한 한자를 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1946년에‘당용한자)’라 하여 1850자를 선정해서 사용해 왔다. 물론 획수가 많고 복잡한 한자는 약자화하거나 다른 한자로 교체하여 사용하였다. 1981년에는 여기에 다시 사용빈도가 높은 95자를 추가, 보완해 1945를‘상용한자’로 제정하였으며, 이를 내각고시로 공표해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상용한자 1945자에 포함되지 않은 한자의 표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은‘음이 같고 뜻이 유사하거나 획수가 적은 한자로 바꾸어 쓴다’는 이른바 대용한자(代用漢字)정책을 취하고 있다. 다음에서 그 예를 보자.
세척(洗滌)을 세정(洗淨)으로, 굴착(掘鑿)을 굴삭(掘削)으로, 시체(屍體)를 사체(死体)로, 첨단(尖端)은 선단(先端)으로, 장애(障碍)는 장해(障害)로, 여론(輿論)은 세론(世論)으로, 영양(營養)은 영양(栄養)으로, 정년(停年)은 정년(定年)으로, 갹출(醵出)은 거출(拠出)로, 기념(紀念)은 기념記念으로, 충분(充分)은 십분十分이라는 말로, 편집(編輯) 은 편집(編集) 이라는 쉬운 한자로 바꿔 쓰고 있다.
위의 예를 통해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어는 특히 한자어로 된 어휘나 글자를 쉽고 쓰기에 편리한 한자로 바꿔 쓰는 경우가 있다. 위의 예에서 우리말로 표시된 말은 앞뒤 글자의 음이 다른 것도 있지만 일본식 한자로 쓰인 말은 글자만 다를 뿐 음은 같다. 일본은 이와 같이 일관된 국어정책하에서 한자를 자기들 실정에 맞게 여러모로 편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세척(洗滌)’이면 ‘세척(洗滌)’이지‘세척(洗滌)’을‘세정(洗淨)’이라는 말로,‘시체(屍體)’이면‘시체(屍體)’이지‘시체(屍體)’라는 단어를‘사체(死体)’라는 다른 한자어로 바꿔 쓸 수가 없다.

5.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쉬운 한자로 또는 약자로 바꿔 쓴다.
横濱는 横浜으로, 相對는 相対로, 愛慾은 愛欲으로, 亞流는 亜流로, 惡運은 悪運으로, 火氣는 火気로, 外國은 外国으로, 醫師는 医師로, 遺體는 遺体라는 말로, 一應이라는 말은 一応/이라는 말로, 轉機는 転機라는 말로, 會員은 会員이라는 말로, 槪觀은 概観으로, 解讀은 解読이라는 말로, 開發은 開発이라는 말로, 外來라는 말은 外来로, 會社는 会社로, 歸家는 帰家라는 쓰기 쉬운 한자로, 學院은 学院이라는 말로, 覺悟는 覚悟라는 말로 각각 달리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와 같은‘대용한자’나‘한자의 약체화’란 있을 수가 없다. 정하여진 대로 있는 그대로 써야 한다. 이런 것이 일본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6. 맺음말
지금까지 일본어 한자의 음독과 훈독에 관련되는 내용과 여타 한자를 우리말 한자와 단순하게 대조하여 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같은 한자권(중국ㆍ한국ㆍ일본)에 들어 있으면서도 이처럼 여러 면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밖에도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한자를 오로지 음(음독)으로만 읽는 습관 때문에 고유어인 토박이말 즉 훈독(새김/뜻/의미)에 묻어 있는 옛 우리말을 많이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예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고유어인 토박이말 즉 훈독[새김/뜻/의미]을 한자로 읽어내려 온 습관 덕분에 음(음독)으로 읽는 어휘도 고유어인 토박이말도 오늘까지 풍부히 살아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일본은 한자어를 음독과 훈독으로 읽는 습관이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중국인처럼 훈독[새김/뜻/의미]은 머리 속에 담아둔 채 음(음독)으로만 읽고 쓰고 기록하는 습관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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