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안가" 아내 때문에…남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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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안가" 아내 때문에…남편 '스트레스↑'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4.09.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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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 털어놓는 명절 증후군

명절 증후군을 며느리만 겪는다는 것은 이제 틀린 말이다. 명절을 맞는 마음은 남편들이라고 해서 마냥 즐겁지 않다.

명절이 연휴가 아닌 것은 며느리나 남편이나 매한가지가 됐다. 하지만 어디 하소연이라도 할라치면 "남자가 뭘"이라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 아내 눈치 보느라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 결혼 3년차 최모씨(34)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명절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아내 눈치를 보느라 일상이 바늘방석이다.

올해도 지난달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맞벌이 부부로 가사분담이 철저해 집안일이 낯설진 않지만 평소에 아내가 하던 일까지 챙기다보니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다. 다행히 여름휴가 시즌과 겹치는 시기라 티가 덜 났지만 직장 근무에 소홀해져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추석을 사흘 앞두고 일이 터졌다. 명절 선물을 고르다 아내와 말다툼이 붙었다. 결국 아내의 '시댁 안 간다'는 통첩에 백기를 들었다.

최씨는 "명절이 되면 며느리들이 시부모 눈치를 보면서 차례 준비를 하느라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일찍부터 아내 눈치를 봐야 하는 남편들도 편하진 않다"며 "주변 동료들도 귀향 기차표를 예매하는 명절 한 달 전부터 아내 눈치를 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남 진해 출신의 정모씨(43)는 대체휴일까지 닷새나 되는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다. 모처럼의 연휴에 쉬고 싶은 게 직장인의 마음이지만 긴 연휴 탓에 고향과 처갓집을 한꺼번에 다녀오게 됐기 때문이다.

정씨의 처갓집은 강원도 삼척이다. 직장 때문에 터전을 잡은 서울에서 고향과 처갓집을 돌려면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만 20시간이 넘을 것 같다. 기차 편이 없어 버스나 자가용밖에 방법이 없다.

몸은 피곤하지만 "시댁은 가고 친정집은 못 가냐"는 아내의 얘기에 대꾸할 말도 없다. 연휴가 짧으면 핑계라도 대겠지만 긴 연휴가 야속할 뿐이다. 정씨는 "내년부터는 아예 설과 추석을 나눠 고향이든 처가집이든 한곳씩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동서지간 신경전에 고향집도 불편 = 김모씨(38)는 명절 때면 아내와 여동생, 어머니와 장모님 사이에서 애가 탄다. 결혼 1년차 첫 설 때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다.

5시간 걸려 고향에 도착해 차례를 지내고 덕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 김씨보다 3년 앞서 결혼한 여동생 부부가 왔다. 김씨는 인천과 대구로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여동생 부부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지만 아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여동생 부부는 친정에 왔는데 김씨 부부는 왜 아직도 시댁에 있느냐는 것.

김씨는 아내와 여동생의 미묘한 신경전에 당황했다. 모처럼 온가족이 모인 훈훈한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시간을 지체했다가 김씨는 처갓집으로 가는 내내 아내의 핀잔을 들었다.

여동생과도 얘기해봤지만 괜한 오해로 오히려 사이가 소원해졌다. 어머니와 장모님까지 가세하면서 김씨는 '나쁜 놈'이 됐다. 그 뒤로 명절 때 여동생 부부가 먼저 올 기미가 보이면 서둘러 고향집을 나선다. 김씨는 "아내, 어머니, 여동생, 장모님 중 내 편이 한사람도 없다"며 "결혼해 네 여자 눈치를 보며 살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3남 중 막내인 한모씨(47)는 형들이 야속하다. 두 형은 형수들의 종교 문제를 이유로 명절 차례에 조카들만 데리고 오더니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명절에 얼굴을 못 볼 수가 없다.

아내의 불평을 듣는 것은 이골이 났다. 기분을 풀어주려 명절에는 집안일에 더 소매를 걷어붙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난해 설에는 불만을 쏟아내는 아내에게 한소리 했다가 한 달 넘게 각방을 썼다.

한씨는 "형들이 명절에 안 온다고 해서 나까지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게 해법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래도 명절인데 아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고개 숙인 가장, 위로가 더 상처 = 10년째 다니던 회사에서 지난달 퇴직한 40대 초반의 이모씨에게는 이번 명절이 명절이 아니다. 웬만하면 조용히 보내고 싶지만 부모님과 일가 친척이 교통체증을 감안해도 한두시간 거리에 사는 통에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주변에선 위축될 필요 없다고 하지만 인사치례 한번 변변히 못할 사정에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더 상처가 된다. 아래로 동서 셋을 둔 아내가 이번에는 처갓집에만 다녀오자고 채근하는 것도 괴롭다. 장씨는 "내년 설은 진짜로 웃으면서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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