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불볕 더위야 가라…세계 최대 활엽수 자생지 '완도수목원' 힐링

2017-06-23     연합뉴스

지칠 줄 모르고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땡볕 더위가 어지럼증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하다.

이럴 때 저 멀리 남쪽 땅 끝의 작은 수목원으로 조용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이국적인 숲의 나무 그늘 아래서 맞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이 곳은 상록 활엽수로 세계 최고·최대의 집단 자생지다.

'완도수목원'은 난대성 목·초본 등 희귀식물 750여 종이 자생하는 자원의 보고다.

난대림이란 연평균 기온 14도 이상, 1월 평균기온 0도 이상, 강우량 1천300∼1천500㎜의 일교차가 적은 지역의 산림을 말한다.

이 곳은 특히 아열대와 온대의 교차지로 다양한 식물이 자생해 학술 가치 또한 높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우선 오른쪽의 완만하고 매끄러운 숲이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아열대 활엽수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장관이다.

왼쪽 숲은 조금 모습이 다르다. 뾰족한 소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열대와 온대의 교차지라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장면이다.

뙤약볕을 막아주는 짙은 그늘서 맞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연구팀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에는 활엽수가 소나무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고 한다.

수목원 내에는 계곡이 있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열대·아열대 식물과 선인장 다육식물들이 있는 아열대 온실을 마주치게 된다.

총 500여 종의 식물자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가장 남쪽에 있는 식물원답게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계곡 아래쪽에는 궁궐을 제외하곤 국내 한옥 건물 가운데 가장 큰 산림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해설을 듣고 있자니 힐링만 하고 있기엔 머쓱하다.

'고요하고 힐링하기 좋은 숲'이라는 것 외에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치열한 종(種)의 전쟁터다.

별 생각 없이 들르기 쉬운 이 수목원이란 존재는 사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목원은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경계와 감시의 눈초리가 번득이고 있다.

완도수목원 이석면 연구팀장은 "특히 외국인이 오면 초긴장 상태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은 종자 지키기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구한말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수많은 종자를 잃어버렸다. 종자 도둑들이 제집 드나들듯 오가며 우리 종자를 훔쳐갔다.

대표적인 게 바로 '미스김 라일락'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교목 중 하나인 라일락은 1950년대 미군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이후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을 거쳐 지금의 미스김 라일락으로 재탄생하게 됐고, 미국에서 유전자 등록이 됐다.

1917년 하버드대 수목원 직원이 가져간 구상나무가 수차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지금 미국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런 면에서 경북 봉화에 종자 5만 점이 저장 가능한 '백두대간 수목원'이 자리를 튼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완도수목원을 힐링하며 한번쯤 종자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면 좋을 일이다.

올해 안에 수목원 내에 휴양림 시설도 들어선다 하니 앞으론 1박을 하며 충분히 숲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 바깥에는 숙박시설이 몇 곳 운영되고 있다. 해산물인 톳을 소재로 한 면요리집도 있어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소: 전남 완도군 군외면 갈문리 산109-1번지 완도수목원(☎ 061-552-1532,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