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는 신부', 영화 속 인권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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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는 신부', 영화 속 인권을 말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9.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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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신부 산문집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출간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또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우리는 왜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 주인공과 함께 우주에서 길을 잃고, 사랑에 빠지고,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일까?

대한성공회 사제이자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낸 박태식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의 관점에서 영화에 접근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영화가 제공하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이 가능하다. 모든 삶의 현장에는 인권의 문제가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영화에 몰입하며 타인의 경험을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읽어주는 신부'로 유명한 박 교수의 신간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는 인권의 관점에서 풀어낸 영화 이야기를 묶은 에세이집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변호인'에서 국가폭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국가는 통치술만 잘 구비한다고 성립되지 않는다"라며 "국가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힘으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영화 '무뢰한'과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에서 양심의 문제를 다루며, '안녕, 헤이즐'과 '나우 이즈 굿'에서는 죽음 앞의 인간을 고찰한다.

또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업사이드다운'에서는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묻고, '이다'와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에서는 함께 종교적 사색에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저자의 영화 읽기는 따뜻하다. 저자는 "영화의 작품성과 예술성, 배우들의 연기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기 전에 감독의 연출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렇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또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의 세세한 요소들과 숨어 있는 상징들이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저자의 영화 읽기에는 치우침이 없다. 이를테면 짙은 보수색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은 영화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균형 잡혀 있다.

저자는 "고문을 받아 억울하게 인생을 마감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온갖 난관을 뚫고 조국의 경제를 일으킨 사람도 기억할 만하다"며 "우리에게 '변호인'도 소중하지만 '국제시장도' 중요한 까닭"이라고 지적한다.

생소한 제3 세계 영화들부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블록버스터까지 인권을 잣대로 삼아 고른 46편의 영화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비채. 24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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