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의 저울달기> 탄핵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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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의 저울달기> 탄핵 심리
  • 연합뉴스
  • 승인 2016.1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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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헌법재판소는 헌법 관련 분쟁을 다루는 기관이다. 6공화국 초기인 1988년 개정 헌법에 따라 출범했다. 어언 30년 가까이 됐다. 헌재의 전신으로 탄핵재판소나 헌법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었다. 법원이 헌법재판소를 대신하기도 했다. 사실상 유명무실하거나 주목받을 일이 드물었다. 1948년 제헌 헌법을 통해 헌법위원회 제도가 생겼으나 제대로 기능을 다 하지 못했고 4.19와 5.16, 유신 시대를 거치며 헌법위원회 등이 등장했지만, 역할 자체가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심판, 탄핵심판, 정당 해산 심판,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권한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을 담당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권한과 위상이 막강해졌다. 위헌법률 심판은 법률이 헌법을 위반하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합헌과 위헌, 한정합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 등의 결정 유형이 있다. 탄핵심판에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 감사원장, 중앙선관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헌재 재판관도 대상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으나 탄핵할 정도의 중대 사유가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탄핵 요건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거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적극적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간통죄 규정은 1990년 이후 4차례 합헌 결정이 나오다 지난해 위헌 결정이 났다. 사형제도는 합헌이 유지됐다. 대한민국 수도를 옮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2004년 위헌 결정을 받았는데 관습헌법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현 정부에선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지금 온 국민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9일 국회가 가결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사건에 거의 올인한 상태다. 매일 재판관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탄핵 여부와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사유 13가지를 전면 부인했다. 탄핵사유에 나타난 사실관계에 증거가 없거나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개별 사유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붙어볼 태세다. 소추인인 국회와 피소추인인 대통령 간 뜨거운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탄핵심판처럼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헌재의 고민은 깊어진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속과 공정의 원칙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궁금한 건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둘 다 소홀히 하기 어려운 법률적 가치임이 분명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 헌법재판소 앞 같은 장소에서

국회가 제출한 박 대통령 탄핵사유를 정리하면 13가지에 이른다. 노 전 대통령 심판 사건과 비교해 광범위하다. 헌법 위반 행위가 5개, 법률 위반 행위가 8개다. 헌법 위반은 국가 권력을 사유케 하고 최순실 일가와 측근에 특혜를 제공했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의 출연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 부실과 언론사 경영진 교체 압력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법률 위반은 공무상 기밀 문건을 유출하거나 지시한 행위, 대기업 등을 끌어들여 이권에 개입한 행위 부분이다.

헌재는 탄핵사유를 모두 심리 대상에 넣고 있다. 탄핵사유를 선별적으로 심리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헌재의 심리 절차가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형사 재판은 당사자의 모든 주장에 대해 어떻게든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절차적 공정성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 탄핵심판은 헌법 재판이지만 정치 재판의 성격도 띠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탄핵사유를 일부만 심리했다가 검증 작업이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곤혹스러운 일이다.

반면 이로 인해 심리 기간이 늘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일은 탄핵 여부에 대한 결론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7차례 변론에 걸린 기간이 한 달이었다.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 때 없었던 변론 준비절차가 진행된다. 변론에 들어가기 전에 답변서와 의견서를 비롯한 자료를 검토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준비절차 첫 기일이 22일인데 탄핵심판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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