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먹는 어미고래 이야기…‘엄마의 세상 밖 첫 번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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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먹는 어미고래 이야기…‘엄마의 세상 밖 첫 번째 사랑’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7.05.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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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바다 해(海)’는 ‘어미니 모(母)’를 포함하고 있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과 음을 나타내는 每(매→해)가 합하여 이루어진 형성문자로 每(매)는 母(모)와 같아서 애를 낳는 사람을 뜻한다.

고 문헌에 바다 속에서 출산하는 어미고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당나라 때 서견이 지은 ‘초학기’에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헌종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산부계곽변증설’에는 “어떤 사람이 헤엄치다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혀 배 속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 미역이 가득 붙어 있었으며 악혈이 모두 물로 변해 있었다. 고래 배 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미역이 산후 조리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 미역먹는 귀신고래다. 캐나다 사람인 Robert H. Busch가 캐나다 바닷속에서 찍은 사진인데, 미역에 붙은 청어알을 후루룩 훑어 먹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역(생것, 말린 것)에는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데, 가식부 100g에는 칼슘 920mg, 철 7.60mg, 엽산 1058ug과 다량의 요오드가 함유되어 있다. 또한 헤파린과 구조가 유사한 ‘후코이단(fucoidan)’이 0.3~0.5% 포함되어 있다.

산모들은 출산 후 대부분 미역국을 먹는다. 출산 후 먹는 미역의 효능으로는 지혈과 청혈, 빈혈예방, 자궁수축, 대사율 증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효능을 성분별로 보면 칼슘은 지혈과 근육수축의 생리학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풍부한 철분과 엽산은 빈혈을 예방하고, 요오드는 높은 대사율이 요구되는 산후조리 시기에 대사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후코이단은 혈액을 굳지 않게 하여 피를 맑게 하는 혈전방지와 청혈효과가 있다.

물론 해조류를 통한 요오드의 과량 섭취는 갑상선기능항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산모들이 산후조리를 위해 먹는 미역국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 전 완도군보건의료원장, 외과전문의 신경수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바다 속 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은 건 세상 밖으로 나온 새끼를 위해 빨리 몸을 회복하려는 어미고래의 몸짓이 아니었을까? 그 고래처럼 출산 후 미역을 먹었던 엄마들도 세상에 나온 아이를 위해 빨리 몸을 회복하려는 세상 밖에서 하는 아이에 대한 첫 번째 첫 번째 사랑이 아니었을까? 올해 5월에는 첫 번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부모님께 미역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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