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영화 '어느 멋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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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영화 '어느 멋진 아침'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8.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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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거장 미아 한센-뢰베 신작…레아 세두 인상적 연기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살다 보면 인생이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미아 한센-뢰베(42) 감독의 영화 '어느 멋진 아침'엔 주인공 산드라(레아 세두)가 가족과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별똥별을 기다린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그걸 볼 수만 있다면 몇 시간을 기다려도 아깝지 않다.

별똥별을 볼 거란 기대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설렘으로 채우듯, 고통으로 가득해 보이는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닐까.

프랑스 파리의 통·번역가인 산드라는 얼마 전 남편을 잃고 여덟 살짜리 딸과 살아간다.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그의 일이다. 철학 교수로 누구보다도 명석했던 아버지가 기억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산드라에겐 고통이다.

그런 산드라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어느 날 공원에서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을 우연히 만나고, 두 사람은 과거엔 느끼지 못한 감정에 빠져든다.

둘의 관계에 가끔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클레망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다. 산드라는 "정부(情婦) 노릇 그만할래"라며 클레망과 다투고, 클레망은 가족을 버릴 수 없다며 연락을 끊기도 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이내 불타오른다.

사랑에 빠진다고 해서 일상이 멈추진 않는다. 아버지는 갈수록 병세가 나빠져 요양원에 보내진다. 산드라는 괴테와 카프카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가 딸에게 "요양원에 있는 노인보다 이 책들에서 할아버지가 느껴져"라고 털어놓는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드라를 연기한 레아 세두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로 유명하다.

그가 주연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가 제66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세두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과 함께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황금종려상 수상자에 감독만 오르는 전례를 깬 것이다.

세두는 '어느 멋진 아침'에서도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것만 같은 연기를 펼친다.

이 영화에서 세두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표정만 봐도 산드라가 어떤 삶을 사는지 느껴진다. 그만 만나자며 떠났던 클레망이 "당신 없이는 미칠 것 같아"라고 적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본 산드라가 버스 창밖을 보며 우는 듯 웃는 모습은 좀처럼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미아 한센-뢰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한 인물의 소소한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연출력을 발휘한다. 자극적인 소재로 넘쳐나는 영화계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의 전작 '다가오는 것들'(2016)에 철학자인 어머니의 삶이,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5)엔 DJ였던 오빠의 삶이 투영된 것과 비슷하다.

몽마르트르 언덕과 같은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한센-뢰베 감독은 이번 작품도 35㎜ 필름으로 촬영해 옛 영화의 느낌을 가진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했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멋진 아침'은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유럽영화상을 받았다. 한센-뢰베 감독의 '베르히만 아일랜드'(2021)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9월 6일 개봉. 113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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