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과연 효과 있나?…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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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과연 효과 있나?…실효성 논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7.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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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불안해소 명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미래세대에 재정부담 전가"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하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양대노총,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2024.5.22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이 기금고갈로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청년세대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연금 지급보장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단지 말만 그럴싸한 수사법일 뿐 실제로 약속된 연금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지급보장 법제화 내용 담은 개정입법안 쏟아져

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말 내놓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 근거'를 국민연금법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다만, 지급보장 명문화로 연금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혁과 동시에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 22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책임지도록 명문화하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행 제3조2(국가의 책무)중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를 '연금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로 개정하는 내용으로 대표 발의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가는 연금 급여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부담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내용으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올렸다.

현행법에도 비슷한 내용은 이미 있다.

국민연금법 제3조 2항의 '국가의 책무' 규정이다. 이 규정은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법령에 따라 반드시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0대, 30대 청년들이 미래에 국민연금을 과연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니 국가의 지급보장 근거를 공무원연금법처럼 '국가 부담'이라는 문구를 새겨넣어서 보다 명확히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사진=연합뉴스) 

◇ 강력한 지급보장 규정 둔 공무원연금도 사회요구에 밀려 연금액 삭감

이에 대해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선의가 없진 않겠지만, 지급보장을 법제화한다고 해서 약속된 연금을 실제로 온전히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법조문(공무원연금법 제71조1항)으로 무장한 공무원연금조차도 약속된 연금을 보장 못 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가입자들이 미래에 받는 연금을 깎는 동시에 수급자, 즉 이미 은퇴한 사람이 받는 연금도 사실상 삭감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은 실질 구매력 유지를 위해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을 상향 조정해주는데, 2015년 공무원연금 개정안에서 2020년까지 이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5년간 연금액을 묶어버렸다.

오 위원장은 "말이 동결이지, 당시 물가상승률이 연 3% 정도니까, 5년이면 무려 15%의 급여가 삭감되는 셈이었다"며 "다만 이후 물가상승률이 연 1%대에 머물면서 실제 삭감 효과는 작았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이렇듯 국가 지급보장이 법제화된 공무원연금마저도 재정 안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아무리 약속된 연금액이라도 깎을 수밖에 없다"며 "한마디로 연금을 주긴 주지만, 얼마나 줄지는 그 당시 상황과 여건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처럼 연금을 얼마 준다고 미리 확정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여건과 인구 구조가 바뀌면 연금액을 조정한다.

이를테면 핀란드는 은퇴할 때 연금액이 확정되긴 하지만, 이후 늘어난 기대여명(특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예측한 평균 생존 연수)에 맞춰 금액을 줄인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생애 받을 총연금액을 줄이기도 한다.

오 위원장은 "결국 애초 약속한 연금액을 지급하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재정적 토대를 먼저 구축해야지, 단순히 법 조항을 손보는 것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 위원장은 나아가 "지급보장 법제화는 코앞에 닥친 국민연금 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할 현세대가 그 책임에 눈 감고서 '논점 바꿔치기'를 통해 미래의 연금재정 불안을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는 가장 무책임한 논의 중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문가 그룹은 지급보장 법제화가 지금의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만들어 연금개혁 동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으로 연금개혁 논의와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겉으로는 미래세대의 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전가해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반대한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도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의 미적립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등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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