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 정체성 잃어가는 '추억의 충장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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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사] 정체성 잃어가는 '추억의 충장축제'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07.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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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충장축제 거리 퍼레이드
추억의 충장축제 거리 퍼레이드

광주광역시의 중심부인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매년 10월 열리는 도심 거리 축제 '추억의 충장축제'가 올해에도 변함없이 개최된다.

올해 스물한 번째를 맞는 추억 축제는 2000년대 초반 신시가지 개발로 동구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충장로와 금남로를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로 2004년부터 매년 가을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를 물들이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주제로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로 꾸며진다.

축제 기간 거리 곳곳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모습을 재현한 추억의 거리가 최대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충장로가 가장 번창했던 시기인 1970∼80년대를 추억하기 위해 이 시기의 거리 모습을 재현한다.

7080세대는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추억할 수 있고, 다른 세대들은 체험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추억을 불러오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이 축제의 본모습,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충장축제의 본래 목적은 지역 알리기, 상권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작됐다.

지역 알리기에는 먹을거리, 볼거리 등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갈수록 20여년 전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추억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행사에 불과한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축제가 아닌 추억이 지워지는 축제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상권 활성화는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 상품을 알리고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년이 넘은 광주 대표 축제인 '추억의 충장축제'는 겉치레 행사에 머문다.

주최 측의 보여주기식 성과 내기 잔치에 불과하다.

충장축제를 주최하는 동구는 지난해 충장축제 기간 지역 상권 매출이 41%나 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광주시 데이터정보화담당관이 최근 3년간 충장축제 축제장 인근 상권의 신용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일평균 소비매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평소보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 매출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에는 축제가 연휴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통계 결과이기도 하다.

임택 동구청장은 "충장축제가 구도심 명성 회복과 함께 지역 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올해도 소상공인과 시민이 모두 지역경제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거리를 찾아 즐기는 관광객이나 시민은 모르겠지만, 지역 상인들은 불만이 많다.

한마디로 '남의 집 잔치' 구경하는 꼴이라는 것.

식당이나 가게 앞에 자릿세를 낸 외지 상인들이 임시 매장을 만들어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 정도라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동구는 축제를 준비하기 전에 지역 상인들을 찾아 의견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가게 앞에 부스를 차려놓고 지자체와 협의해 할인하는 행사 등을 해야 한다.

외부 상인의 부스는 빈 공간에만 설치하게 해 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상인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축제가 끝나면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 확인을 거쳐 개선해 나가야 한다.

체감 경기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카드 매출만으로 보여주기식 홍보는 불만을 부추기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구청장이나 축제 관계자들은 축제 기간 뒷짐 지고 큰 사고나 별 문제가 없게 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상가를 찾아 매출이 괜찮은지, 어려움이나 보태야 할 것들이 있는지 살피지 않는다.

추억의 충장축제

즐기는 행사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연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심지어 버스킹뮤직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끼워 넣어 억대의 상금을 주는 외국인 위주의 공연으로 지역 특색과 거리가 멀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게 상권을 살리기 위한 축제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시민의 입장이다.

20억이 넘는 예산을 들인 축제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펼치는 향수 짙은 행사는 보기가 어렵다.

마지못해 금남공원이나 충장로 5가 공터 등에 무대도 없이 공연을 배려하듯 생색만 낸다.

기껏해야 이들에게는 몇 천만원도 쓰지 않는다. 참가자 1인당으로 따지면 평균 10만원도 안 된다.

정체성을 잃고 길을 헤매는 축제를 뭣 땜에 하는지 아리송할 뿐이다.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 된 축제인 만큼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추억을 소환하고 상권을 부활시키는 정체성이 또렷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

그 때의 추억, 그리움을 담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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