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 지게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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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 지게와 자동차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3.2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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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지게라는 운반 도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사람이 등에 지고 그 위에 짐을 실어 나르도록 만든 한국 특유의 운반 기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게라는 도구에 짐을 얹고 사람의 등에 지게를 지고 가는 운반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운반도구가 세계적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안한 세계적 발명품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지게가 세계적 발명품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요즘은 시골에서도 별로 이용되지 않고 있는 이 지게가 산중이나 길이 없거나 좁은 골목길에서는 운반도구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특히 6.25전쟁 중에 자동차가 들어 갈 수 없는 산악지역에서 육군지게부대(노무사단으로 공식 명칭)에 의해 군수물자(軍需物資)를 운반하는 도구로는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군들은 지게가 영어의 A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A-Frame Army”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게는 산악지형이든 골목길이든 가리지 않고 물건을 운반할 수 있고 무게가 무겁든 가볍든 상관없습니다. 지게에 바지게를 얹고 짐을 실으면 어지간하면 균형도 잘 잡힙니다. 그래서 더욱 편하고 이용도가 높았던 것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운반도구는 긴 장대의 양쪽에 짐을 실을 때 양쪽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운반할 수가 없습니다. 미군들도 그 실용성에 감탄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세기적인 발명품인 자동차가 들어오고,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마을 골목길이나 논길, 밭길을 확장하면서 그 자리를 자동차에게 양보(?)하면서 그 이용도가 현저히 줄어들어 현재는 그 명맥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넓은 평지에서는 운반도구로서 지게는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지게는 지고 가는 사람이 힘이 들지만, 자동차는 운전하는 사람이 힘이 들지 않습니다. 지게는 산악지역 등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자동차는 그럴 수 없습니다. 지게는 사고(事故)가 나는 확률이 아주 낮고, 설사 사고가 난다해도 경미(輕微)합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사고 날 확률이 매우 높고 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경미한 것부터 대형사고까지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운반도구였던 지게로 수천 년(지게의 유래와 역사 등은 현재 알 수 없음으로 수천 년이라 표현 함)간 사용해 왔던 우리 국민은 지게에 비해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무한 신뢰와 사랑으로 자동차 왕국(?)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2014년 10월 30일 기준,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00만 2967대로 국민 대략 2.5명당 1대 꼴이라고 합니다. 옛날 지게가 운반 수단일 때 보다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옛날 제가 어렸을 때 각 가정의 성인 남성 1인당 1개 정도의 지게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여성은 지게가 없고 머리에 이는 물동이가 주요 운반 수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여성과 15세 이하의 남성을 제외하면 1 : 3 정도 즉, 국민 3인당 지게 1개정도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렇다면 과거 지게보다 현재의 자동차가 더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사고가 나면 사람이 다치거나 죽기가 십상입니다. 지게를 지고 가다 사고가 나면 경미하지만 자동차는 지게의 사고에 비해 대형사고입니다. 지게에 비해 이렇게 위험한데 운전자들의 운전하는 태도는 아직도 지게를 사용하던 시대의 문화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게는 면허시험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규정 속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법규도 필요 없던 시대에 이용하던 운반도구입니다. 현재는 자동차 면허시험이 있고, 운전을 가르치는 운전학원도 있고, 교통법규가 있습니다만 세상이 워낙 시간이 돈인 세상이어서 1분 1초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신호위반, 끼어들기, 꼬리물기, 차선위반 등 수많은 법규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로, 차선, 신호등의 설치가 완벽하지 못해 일어나는 교통사고도 많습니다.

지게는 지게 지고 가는 사람끼리 반드시 지키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즉, 짐을 적게 지고 가는 사람이 짐을 많이 지고 가는 사람에게 먼저 가도록 한쪽으로 빗겨 서서 기다려준다거나, 경사진 산을 내려오는 짐꾼이 오르는 지게꾼에게 양보하는 불문율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양보운전 하기, 차선 및 신호 지키기, 끼어들기 말기, 꼬리물기 말기 등 수많은 단속과 캠페인이 벌어져도 워낙 많은 차들이 서로 먼저 가려다 크거나 작은 교통사고를 일으킵니다. 과거의 지게꾼들은 ‘지게에 의한 운영 법규’가 없던 시대에도 짐을 많이 지고 가는 지게꾼에게 양보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기에 큰 사고나 교통정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시의 지게꾼들은 서당(書堂)에 가서 천자문(千字文)정도 공부했거나 무학자(無學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재의 운전자들은 대학이나 대학원까지 나온 소위 엘리트들이 많습니다. 조금 허전하고 황당하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학력이 거의 무(無)한 지게운전자가 고학력인 자동차 운전자보다 약속을 지키는 정신이 강했고 도덕적이었을까요? 우리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어떤 운전태도가 교양 있는 운전이고 문화시민의 운전인가를! 적어도 문화수도에 살고 있는 광주시민은 문화 시민의 긍지를 가지고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 습관을 생활화 해 봅시다. 전면주시, 안전거리 확보, 서행하기, 양보하는 운전 습관을 생활화 하여 안전하고 편안한 시민생활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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