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기록물 보존을 위한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이 13일 문을 열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항쟁과 이후 진상규명 활동이 담긴 사진, 재판 기록, 희생자 유품 등이 전시된 전시실과 시민 참여공간도 이날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관람객들은 트럭 바퀴 자국이 선명한 태극기와 당시 희생자가 입었던 옷가지, 현장 기자의 취재수첩, 시민들의 일기 등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특히 1980년 5월의 아픔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정정순(79·여)씨는 "군인들이 차에 시신을 실은 사진을 보니 그 때처럼 또 열불이 난다. 당시 남동에 살아 내 눈으로 직접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면서 "전두환이 이 사진들과 기록을 봐야 자신이 한 짓을 제대로 알텐데…."라며 가슴을 쳤다.
정씨는 "시민들의 피로 민주화 세상을 뿌리내렸지만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잘나서 된 줄 알고 일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왜곡까지 판친다"며 "산증인인 우리가 죽더라도 기록관을 통해 진실이 보존될 것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는 무섭다며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도 보였다.
전북 정읍에서 온 김우석(37)씨는 "7, 5살인 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 지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5월의 기록들을 직접 보니 뭉클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며 "진실이 모두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5·18이 제대로 규명돼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승리한다'는 말을 자신있게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록관에는 재판, 진료 기록은 물론이고 기자들의 취재수첩, 시민들의 일기 등 당시 참상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물 8만여점이 보존돼 있다.
기록관은 시민 대상 전시 뿐 아니라 소장 자료의 전산화, 영문화 작업을 통해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