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매입, 닭장 그리고 병아리 분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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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매입, 닭장 그리고 병아리 분양 이야기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7.27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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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닭장과 병아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가 산을 매입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약 30년 전에 아내가 산을 하나 구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내가 구산(求山)하자는 이유는 우리에게 문중(門中) 산은 많은 것 같은데 우리 몫의 산은 아무 것도 없으니 현재 있는 여유 돈으로 산을 사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내가 기특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고 퍽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났는데 하루는 아내가 거의 기진맥진(氣盡脈盡)한 상태로 집에 들어 왔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지쳤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웃으면서 어느 지인(知人)의 소개로 시골 교회 장로 한 분을 소개 받았는데 그 분의 직업이 중개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그 분에게 산을 구입할까 하는데 괜찮은 산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그 분은 거의 매일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오늘도 몇 시간이나 차를 타고 다녔지만 마음에 든 산은 없고 힘만 들었다고 웃어댔습니다. 그 후로도 약 2개월 정도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산은 우리 예산으로는 부족하고 좀 싼 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나도 같이 다녀보자고 했습니다. 나 역시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돌아 다녔지만 역시 산을 사는데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느 초여름에 전북 순창으로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습니다. 염소를 키우는 산인데 산이 비교적 깨끗하게 보였습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나무 밑에 앉아 조금 쉬고 있는데 저 만치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힘겹게 걸어가 오디 몇 개를 따서 입에 넣으니 기가 막히게 달고 맛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내에게 “나 이제 더 이상 산을 보고 다닐 힘이 없으니, 그냥 이 산을 사버립시다” 했더니 비교적 깐깐한 아내도 너무 지쳐서 그런지 그러자고 아주 쉽게 대답해 버렸습니다. 소개인과 주인의 말만 믿고 바로 계약하고 잔금을 지불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놓고 보니 문제가 많은 땅이었습니다. 우리가 매입한 땅이 모두가 우리 것이 아니고, 산 입구는 밭이었는데 주인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길이가 약 70m인 길도 모두 남의 땅이었습니다. 참 우습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길에 물린 땅 주인이 자기 땅을 사달라고 하면서 사들였고 길을 내는데 필요한 땅은 지주(地主)를 일일이 만나 사정해서 길에 걸린 땅은 거의 사들여 지금은 노폭(路幅)이 3m인 콘크리트 길(도로)이 반드시 놓이게 되었습니다.

산이 있고 밭이 있어 귀농(歸農)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귀농 3년차에 병아리를 분양받기로 하였습니다. 동네에서 토종닭으로 병아리를 부화시켜 파는 분이 계셔 그 분에게 부탁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병아리들이 살 수 있는 닭장을 어떻게 짓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원래 벽에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는 수 없이 도농(都農)을 가리지 않고 소형 건축물을 짓는 분에게 부탁해서 닭장과 아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작업장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닭 키우는 분으로부터 병아리 15마리를 분양 받아 왔는데 어린 병아리지만 아주 활달하고 모이도 잘 먹고 물도 생각보다 많이 먹었습니다. 풀도 넣어주면 쪼아서 잘도 먹었습니다. 조석(朝夕)으로 병아리가 물 마시고, 모이 먹고, 노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내가 “맛닭”이라는 종류의 병아리를 키워 매월 한 마리씩 잡아 먹어야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지어놓은 닭장은 2m×4m정도로 병아리 15마리가 최적입니다. 병아리를 더 분양해 오려면 닭장을 더 확장해야 했습니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자기는 작업장이 필요 없으니 작업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닭장으로 개조(改造)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결혼 후 처음(?)으로 자기에게 거금(巨金?)을 드려 선물한 것인데 작업장 보다는 닭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지인에게 부탁하여 거대(?)하고도 호화스러운 닭장을 지었습니다. 동네 분의 표현으로는 닭장으로는 호텔급이라고 했습니다. 하기야 산중에서 어둔한 나 말고 누가 200만 원 정도의 돈을 들여 호화스러운 닭장을 짓겠습니까?

맛닭을 분양받아 왔습니다. 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분양 받아 온 그날 저녁부터 병아리 한 마리가 명상에 들었습니다. 명상하는 병아리는 털이 빠져 보기에 약간 흉해 보였지만 골격이 가장 큰 놈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그 병아리는 운명(殞命)을 하고 말았습니다. 입안이 씁쓸했습니다. 병아리 한 마리를 손해 보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 산중으로 들어 온 후 처음으로 한 생명체가 저 세상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일 후에 명상하는 병아리들이 3명으로 늘었습니다. 4일 만에 병아리 4마리가 가버렸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또 한 마리가 가버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메르스 또는 AI와 같은 전염성이 있는 병은 아니고 아마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더욱 다행인 것은 동네에서 분양받은 토종 병아리는 아주 건강하고 덩치도 꽤나 컸으며, 맛닭 20마리 중 살아남은 11마리도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중입니다. 앞으로는 질병에 걸리지 않고 잘 크기를 기원합니다.

어둔하게 산을 구입했고 어둔하게 닭장을 짓고 병아리를 분양 받아왔지만 나에게 교훈을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산을 구입할 때는 임야도나 지적도에 도로(길)가 나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하고 구입할 것. 구입하려는 땅이 기존의 전신주에서 200m 이내에 있는가? (전기를 끌어 올 경우 200m이내에 기존의 전신주가 있는 경우 한전에서 무료로 전신주를 놓고 전선을 연결해 주기 때문 임), 사용할 물(샘 또는 우물을 파서 물을 얻을 수 있는가?)은 있는가? (계곡에 물이 흐르면 금상첨화 임)를 확인한 후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병아리를 분양받은 일도 먼저 키울 닭의 종류를 결정한 후 근거리에서 분양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입니다. 병아리(닭)는 의심이 많고 조그마한 쇳소리에도 곧 잘 놀라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고 조그마한 환경변화-닭장에 있는 횃대의 높이와 위치-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분양받은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생이지지(生而知之)한 사람 이외는 수업료를 내면서 배워가는 것입니다. 혹여 실수해서 일이 조금 그르쳤다고 해도 너무 실망마시고 ”어이 참 비싼 수업료 내고 큰 것(또는 작은 것)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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