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나의 순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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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의 나의 순번은?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8.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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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는 1995년부터 토요일이면 함께 점심을 해 오다가 정년이 지나면서 월요일에 점심을 함께 해 온 점심 절친(切親)이다. 20년 점심지기이니 오랜 세월 동고동락(同苦同樂)해 온 죽마고우(竹馬故友) 같은 점심 친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입이 무겁고 우스겟 소리도 잘하지 않는 L모 교수가 점심밥상이 들어오기 전에 “내가 요즘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우스겟 소리를 하나 할까요?“ 했습니다. 함께 있던 분들이 ”어서 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 했습니다. L모 교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들이 어느 날 직장에서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니 아버지가 편지 한 통을 써 놓고 가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아버지가 남겨 놓은 편지를 펴 보니 아주 간단한 편지였는데 그 내용의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그 편지에는 ”3번아, 잘 있거라, 5번은 간다“ 라고 쓰여 있었다. 아들은 3번은 무엇(누구)이고 5번은 무엇(누구)이라는 말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3번과 5번의 의미를 알아냈다. 내용으로 보아 3번은 아들인 자기를 칭하는 것이고 5번은 자기 아버지를 일컫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1번, 2번, 4번은 누구란 말인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아들은 자기 아내를 닦달했지만 아내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한동안 아버지를 찾을 수가 없어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버지를 찾게 되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자 마자 짐짓 ”아버지 3번은 무엇이고 5번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아버지 왈(曰) ”3번아, 잘 있었느냐? 5번도 잘 있었다.“ 아들은 3번과 5번은 나의 생각과 같구나 하고 다시 아들이 ”그럼 1번, 2번, 4번은 누구란 말인가요?”하자 아버지가 “그야 뻔하지 않느냐. 1번은 너의 아들이고, 2번은 너의 아내이고, 4번은 우리 집 강아지 아니야. 하시는 거였다. 아들은 깜작 놀랐다. 아들은 아버지의 이런 감정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었지만 시아버지는 자기 가정에서 며느리로부터 강아지 다음 순번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요즘 세상을 풍자하는 우스겟 소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조금은 근거가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연등고불 시절에는 인간은 수면인심(獸面人心)이었고, 석가모니 시절에는 인면인심(人面人心)이었으나 앞으로의 세상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인 세상이 된다고 합니다. 무서운 말입니다. 인면수심이라 얼굴은 사람인데 마음은 짐승이라. 이 얼마나 무서운 세상입니까? 그래서 인간에게는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의 선친(先親)께서 내가 어렸을 때 하시던 말씀이 “자식은 뒷꼭지를 예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식은 불효자가 되는 것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식들의 앞꼭지를 예뻐하면서 교육을 시켜왔습니다. 요즘 사람들, 특히 교육학자나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나의 선친의 말씀이 엉터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선친의 말씀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는 저의 선친의 말씀이 옳은 것 같습니다. 중용(中庸)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率之謂性道)요, 수도지위교(修道謂性敎)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도를 닦아야 교육이 되는 것입니다. 도를 닦을 때 앞꼭지를 예뻐하는 스승은 별로 없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뒷꼭지를 보고 있다가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을 딱 한마디씩만 툭툭 던져주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자기의 성(性)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을 만드는 데에는 훌륭한 교육이 최고입니다. 옛날 서당(書堂)교육은 겨울철과 여름철 농한기(農閑期)에 이루어졌습니다. 농한기 6번-10번, 그러니까 3년에서 5년 이상 서당에서 글을 배운 사람은 스스로 선비라고 생각하며 선비다운 언행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16년 이상을 학교에서 배워도 선비 같은 언행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그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본인의 집에서 몇 번째 인물인가요? 3번인가요? 5번인가요? 생각하시는 동안 우선 필자의 집에서 필자의 순위를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아내와 나 단 두 명이 산중에서 사니까 아무리 못해도 2번은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2번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저도 꼴지 순위인 것 같습니다. 1번은 아내가 하는 밭일(밭에서 하는 일)이고, 2번은 병아리를 키우는 것이고, 3번은 계절에 따라 하는 일(예를 들면 봄철에는 취, 고사리 채취)이고, 필자는 4번일 것입니다. 이제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저도 5번일 것입니다. 그럼 아내는 몇 번일까요? 번외(番外)입니다. 번외는 1번도 될 수 있고 5번도 될 수 있는 번호입니다. 여러분은 순번이 결정되었습니까? 아직도 못하셨다고요? 그럼 1번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훌륭한 아들과 며느리를 두고 계십니다. 의심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현실로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 나는 1번이라고 굳게 믿고 활발히 생활하십시오. 그리고 엄격한 가정교육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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