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末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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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末世)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8.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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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세(末世)라는 말을 종종 들어 왔습니다. 어렸을 때는 말세라는 말을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말세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말세란 말뜻을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세(末世)의 문자적(文字的) 의미는 세상의 끝이라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정치, 도덕, 풍속 따위가 아주 쇠퇴하여 끝판이 다 된 세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말세를 "end time" 또는 the end of the world ; a degenerate[corrupt] age(타락한 세상) ; the hopeless world ; the doomsday ; the judgment day(최후의 심판일) 등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각 종교에서도 말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탄생한 때부터 재림할 때까지의 세상” 불교에서는 석가가 입멸(入滅)한 뒤의 시대를 정법(正法), 상법(像法), 말법(末法)시대로 나누는데, 석가 입멸 후 500~1,000년 동안을 정법(正法)시대라 하고, 그 후 1000년 동안을 상법(像法)시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만년 동안을 말법(末法)시대라고 합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말세란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세라는 말은 어제 오늘, 아니 100-200 년 전에 생긴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는 단테의 작품에도 말세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말세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양에서도 아주 옛날루터 말세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저는 말세란 도덕(道德)과 질서(秩序)가 타락(墮落)하고 규범(規範)이 무너진 세태, 더욱 간단히 말하면 그 세대의 기초질서(基礎秩序)가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국가의 멸망도 그 나라의 도덕과 질서가 타락하고 규범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고구려, 신라, 백제도 왕가(王家), 귀족 그리고 일반백성에 이르기까지 도덕과 규범이 무너지면서, 즉 말세적인 행태들이 발생하면서 멸망이 시작되었습니다. 형제, 부자, 집안(가문) 그리고 파당 간의 권력투쟁으로 형제, 부모, 자식, 혈육 등을 살육하는 권력투쟁에 의한 고구려, 신라, 백제의 멸망, 그리고 백성들의 낭비와 사치 그리고 타락된 성적문화(性的文化)가 횡행(橫行)하므로서 나라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구렁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현재 우리는 어떤가요?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20-30년 전의 일입니다. 아침 일찍 어린 고등학생이 담배를 핀답시고 입에 담배를 물고 어른에게 “담뱃불 좀 주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고등학생에게 그런 언행을 당한(?) 어른과 그 광경을 목도(目睹)한 어른들이 어린 고등학생을 보면서 ”허 참 말세로구나. 말세가 따로 없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어린 남여(男女)학생들(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대로변(大路邊)이나 공공(公共)장소에서 껴안고 있다든지 또는 입을 맞추고 있다든지 하면 혀를 끌끌 차면서 ”말세로군, 말세가 따로 없어“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젊은이가 어른에게 대들면서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20-30년 전에는 이런 광경을 보고 말세라고 혀를 찼는데 요즘은 그런 광경을 보고도 못 본체하거나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에는 그런 행위가 말세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왜 말세라고 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중독이 되었거나 뭐라고 해도 소용이 없고 거의 일반화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위 이런 말세적인 행위가 왜 묵과(黙過)되고 성행(?)하게 되었을까요? 사실은 어른들, 특히 외국물을 먹은 학식이 높은 분들의 아량 있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약 30년 전에 타 대학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본 것인데, 대학원생 2-3명이 회식자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님이 ”왜 다들 들어오지 않지?” 하자 다른 학과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관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왜 학생들에게 김 교수 앞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거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방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소. 학생들에게 김 교수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라고 허락 하시오”라고 하는 겁니다.

그 때 나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저 분은 일본을 포함한 외국에서 부자간(父子間)에 맞담배(서로 함께 담배를 피우는 것) 하는 행위를 보고 한국에서도 맞담배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 때 나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일본에는 일본의 문화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의 고유문화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교수님,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느 나라 대학교수입니까? 우리의 고유문화가 좋든 나쁘든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고유문화가 있고 외국은 외국대로 고유문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문화를 학생들에게 버리라고 하십니까?” 한 적이 있습니다. 세태(世態)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잘못된 변화는 바로 잡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세상인 것 아니겠습니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은 역시 교육 밖에 없다고 봅니다. 집안 교육, 학교 교육, 사회 교육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밝고 명랑한 사회, 나아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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